9개월만에 바뀐 K-택소노미…원전포함 방침에 논란 '재점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0 15:49:14
  • -
  • +
  • 인쇄
'고준위방폐장' 처분 부지 및 확보 시점조차 없어
"미래세대에 필요비용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3가지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국제동향과 국내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환경부 입장표명에 환경단체들은 "국내 원전건설 명분 쌓기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환경부는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건설 △원전 계속운전 등으로 구성된 'K-택소노미 원전 경제활동' 초안을 공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지침서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30일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69개 경제활동 가운데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및 환경개선에 필수적인 64개 경제활동은 '녹색부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5개 경제활동은 '전환부문'에 각각 포함됐다. 원전의 경우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 및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원전의 안전성 향상과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핵심기술을 포함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과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은 물론,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반영했다.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한다.

환경부는 "유럽연합은 원전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는 측면을 반영하여 최근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원전을 포함시켰다"면서 "최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외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원전 포함 조건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원전건설의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고준위방폐물 처리나 처분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건설과 운영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유럽연합은 원전의 심각한 손상 및 대량의 방사성 물질 누출량을 최소화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2025년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5년까지 새로이 건설허가를 받을만한 신규원전 사업이 없어 사실상 향후 모든 신규원전은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해야 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조항에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을 2031년까지 유예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4)과 수명연장을 추진중인 노후원전 10기가 별도의 안전조처없이 그대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고준위방폐물 처분 부지 및 건설의 시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법제화할 경우 이를 방폐물 처분의 세부계획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3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기술할 뿐 언제 어떤 부지에서 추진할 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는 2050년 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를 확보하고 건설, 운영할 세부계획을 조건으로 제시한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와 대비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환경부는 자신들이 감당해야할 책임을 새로운 법률의 제정으로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는 지속가능성 기여도와 무관한 원자력연구개발 사업 포함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럽연합의 경우 핵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기술에 국한해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한다는 규정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녹색금융의 지원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모든 원자력연구개발 사업 전체를 녹색금융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애초 녹색분류체계의 취지가 무색하게 또 다른 원자력 지원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장다울 전문위원은 "2030년까지 과감하고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이 조건을 절대 충족할 수 없다. 원전 건설에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10~15년)과 값비싼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을 계획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가 그 속내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장 전문위원은 이어 정부가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 사실에 따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도 원전 포함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힌 데 대해 "유럽연합에서 보완 기후위임법안(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을 통해 가스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 것은 상급법인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의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을 것'(Do No Significant Harm·DNSH)이라는 원칙에 위배된 결정"이라며 "그린피스는 지난 9월 8일 EU 집행위원회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시킨 것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으며(Request for an Internal Review·RIR),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ECJ)에 이 문제를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삼성물산, 판교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사과..."모든 공사중단"

삼성물산은 29일 경기도 분당구 '판교PSM타워'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60대 하청 노동자가 작업중 사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한

KT "해킹 피해 고객에 5개월간 100GB·15만원 보상"

KT가 소액결제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해 5개월간 무료 데이터 100기가바이트(GB)와 15만원 상당의 통신요금 또는 단말기 교체비를 지원한다고 29일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 위한 공식절차 돌입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28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고 29일 밝혔다.임추위는 사

"밥도 못 먹고 일해"...런던베이글뮤지엄 10대 과로사 의혹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과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직원은 지난 7월 숨졌는데 사

[APEC]전세계 유통기업들 '경주선언' 채택...'AI·친환경' 협력

전세계 유통기업 리더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경주에서 모여 'AI·친환경·국제표준'을 미래 유통산업 발전을

하나금융, 시니어 일자리 창출 위한 도시락 제조시설 개소

하나금융그룹이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함께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반찬 도시락 제조시설 '한 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를 개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기후/환경

+

목표를 이미 60% 달성?...2035년 NDC 산업 배출전망 '뻥튀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과거의 '산업부문 배출 과대추정 방식'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윤석열 정부가

해상풍력 확대한다면서..."개정된 기후부 지침서 환경·주민 배제"

정부가 개정한 해상풍력 환경성평가 지침에 환경영향과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녹색연합과 함

수입산 폐목재가 국산으로 둔갑..."REC 관리 사각지대 바로잡아야"

수입산 폐목재가 국산 원목으로 둔갑하는 등 국내 발전5사가 사용하는 폐목재의 원산지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남동·남부·서부&mi

억만장자 1명 하루 800kg 탄소배출...하위 50% 하루 2kg 배출

세계 최상위 0.1% 부유층이 단 하루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이 전세계 하위 50% 인구의 1년치 배출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영상] 시속 298㎞ '괴물' 허리케인...자메이카 쑥대밭 만들고 쿠바行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가 올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상륙하면서 쑥대밭이 됐다.자메이카를 강타한 허리케인 '멀리사'(Melissa)'는 카

빌 게이츠 "기후위기, 온도보다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가 "기후위기 대응은 온도제한보다 인류의 고통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빌 게이츠는 오는 11월 브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