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유리천장' 여전...법 적용대상 23개사 '여성이사 O명'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9-14 10:47:02
  • -
  • +
  • 인쇄
서스틴베스트, 이사회 성별조사 보고서 발간
자산총액 2조 이상이면 '성 다양성' 적용대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동일한 성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서는 안된다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23개 기업들은 남성으로만 이사회가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ESG 전문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발간한 '넥스트 키워드'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개정된 자본시장법 적용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159개 상장사는 전체 여성 등기이사 비율은 3.0%에서 12.8%로 증가한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총액 2조원 미만 기업에서 이 비율은 3.8%에서 4.9%로 거의 제자리걸음했다. 이 비율은 기업들의 여성 등기이사수를 합쳐 이사회 전체 인원수로 나눈 값이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8월 5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보고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전인 2019년 12월말부터 최근인 2022년 3월말까지 상장 상태를 유지한 코스피·코스닥 기업 가운데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 1339곳을 대상으로 이사회 성별 구성변화를 조사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159개 상장사 가운데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 수는 2019년 12월말 129개에서 2022년 3월말 23개로 감소하면서 이사회 성 다양성은 법 개정전과 비교해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법 적용대상 상장사 가운데 116곳이 여성 등기이사가 1명뿐이고, 이마저도 대다수가 사외이사로 여성이사를 채우는데 그치고 있어 국내 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 여성 등기이사가 더 늘어날 것인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적용대상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으로 한정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이후에도 국내 기업의 여성 등기이사 선임이 계속해서 가파르게 증가할지 여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력 및 전문성을 보유한 여성인력이 부족한 것도 여성이사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여성이사가 1명뿐인 116개 상장사 가운데 110명이 사외이사다. 2명은 기타비상무이사이고, 사내이사는 4명에 불과했다. 이 4명의 여성 사내이사는 CJ제일제당 김소영 BIO ANH사업본부장, 대상㈜ 임상민 전무,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다.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이사회 내 유일한 여성 사내이사가 기업집단 총수일가 여성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여성 직원을 육성하고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개정된 자본시장법 준수를 위해 주로 사외이사 자리를 여성으로 채웠지만, 이사회 성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인력개발 정책 측면에서 더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여성 사내이사 선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게다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들의 여성이사 비율은 여전히 낮아 이사회 성 다양성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으며,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이 증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 이슈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의 성 다양성 및 형평성 문제는 가장 낙후된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이사회 성 다양성 개선을 위해 이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과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