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없는 나노로봇 나오나...국내연구진 '나노섬모' 합성에 성공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9 12:00:02
  • -
  • +
  • 인쇄
유니스트 연구팀, 가늘고 긴 섬모 합성기술 개발
몸속 나노로봇, 초미세구동장치 개발에 활용가능
▲정훈의 유니스트 기계학과 교수는 가늘고 길게 합성해낼 수 있는 인공섬모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유니스트)


다리없이 미세한 털인 섬모로 움직이는 짚신벌레처럼 인공섬모로 이동하는 나노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자성 입자를 위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의 섬모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세포 표면에 돋아난 미세털인 섬모는 액체 속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양하게 기능한다. 코나 폐의 섬모가 하늘하늘 흔들리며 액체 등 불순물을 밀어내거나, 다리가 없는 짚신벌레가 섬모로 노젓듯 움직이며 이동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원리를 모방해 미세 기계의 구동장치로 쓰려는 연구들이 활발한 가운데 연구팀은 섬모를 가늘고 길게 합성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앞으로 섬모를 구동장치(액츄에이터)로 사용하는 나노로봇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자가조립으로 제작된 고 종횡비 섬모 구조 (그림=유니스트)


섬모 구조는 액상 원료를 틀에 넣어 찍는 등의 기존 방식으로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게 만들기 어렵다. 특히 폭은 좁고 세로로 긴 형태는 더 까다롭다.

이에 연구팀은 자기력을 이용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 뒤,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차곡차곡 쌓았다. 니켈 주변에 형성된 강력한 자기력이 자성 나노입자를 잡아당기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기력 덕분에 나노 입자가 알아서 원하는 형태로 조립된다.

이 합성법은 수직 방향으로만 자성 나노입자가 쌓일 수 있도록 나노입자를 에어로졸 상태로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액체 방울(에어로졸)에 자성 나노입자를 가둬 미리 설계된 자기력 외에 다른 외부 힘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액체는 날라가면서 증발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실제 지름이 373나노미터(nm, 10-9m)인 입자를 최대 54개까지 쌓았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인 종횡비가 50 이상으로, 이제껏 합성된 인공 섬모 가운데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완성된 인공 섬모는 자성 나노입자 표면에 코팅된 올레산 덕분에 베어링없이도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몸속에 투입하는 나노로봇,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초미세 구동장치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6월 16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기후/환경

+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