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온실가스제거(GGR)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 탄소포집기술은 '넷제로'에 도달할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지구온도가 1.5℃ 이내로 제한되도록 제때 개발되고 확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개최된 온실가스제거허브행사(Greenhouse Gas Removal Hub)에서 직접탄소포집, 바이오연료, 바이오숯, 삼림조림 그리고 고급풍화를 포함한 탄소포집기술은 넷제로의 묘책이 아니며 탈탄소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행사 주최측은 현장에서 청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탄소제거목표가 충족될 것이라고 보는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14명 중 57%는 영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0만톤 제거 및 연간 3만헥타르의 나무심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11%는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으며 나머지 25%는 매우 자신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시각은 영국 정부가 탄소제거기술이 빠르게 개발된다고 확신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4일 영국 교통부는 GGR 기술을 통해 2023년까지 넷제로 비행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정부는 대기중 온실가스 제거기술을 개발하고자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7000만파운드 규모의 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에서 우승한 기술은 2년 내로 시장에 출시돼 2030년까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탄소제거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직접탄소포집이다. 이 기술은 보통 거대한 팬을 사용해 공기중에서 탄소를 제거하고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다. 추출된 탄소는 지질학적 형태로 저장되거나 수소와 결합해 합성연료를 생성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때문에 영국장관들은 탄소포집기술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축들은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 집약도와 비용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마크 테일러(Mark Taylor)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에너지혁신부국장은 정부 보도자료를 두고 "다소 오만한 주장"이라고 일침했다. 테일러 부국장은 탄소포집기술에 대해 "큰 시장도 형성돼있고, 미국기업들로부터 지원받고 있어 쉬운 해결책처럼 여겨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기디언 헨더슨(Gideon Henderson)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 수석과학자도 "GGR은 구현이 어렵고 비용이 높다"며 GGR만으로는 계속되는 배출을 상쇄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탈탄소화는 불가피하며 근본적으로 배출량을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영국에서 시험 중인 GGR기술의 실현가능성 및 전망을 평가했다.
◇ 산림조림
헨더슨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산림조림에 긍정적이며 단순히 나무를 늘린다는 데서 좋은 이미지를 심는다"며 이를 두고 'GGR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나무를 심는 데 필요한 토지 문제로 인해 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나무를 심을수록 그만큼 식량을 생산할 토지가 줄어 식량안보에 긴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물다양성 혜택은 더 많지만 성장이 더딘 산림과 성장이 빠르고 더 많은 탄소를 더 빨리 흡수하는 산림 중 어떤 것을 조성하느냐의 갈등도 존재한다.
◇ 토양탄소포집
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지만, 헨더슨 박사는 탄소를 토양에 얼마나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탄소가 토양에 저장된 직후 도로 방출될 경우, 특히 이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토양탄소를 측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토양포집기술을 도입할 경우 저장소에서 탄소가 계속 배출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 고급풍화
고급풍화(Advanced weathering)는 작은 암석입자를 바다에 떨어뜨려 화학반응을 일으켜 바다에 탄소를 가두는 신기술로, 다른 탄소포획기술보다 개발 초기단계에 있다. 바다는 공기보다 높은 농도로 탄소를 저장하며, 고급풍화기술을 통해 해양산성화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 한편 이 과정이 해양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직접탄소포집
직접포집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영구적으로 고체화하는 기술로, 현재 유망한 탄소포집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매우 높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한계가 있다.
테일러 부국장은 "현재로서는 고온공정에 천연가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천연가스를 소비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며 직접포집 비용을 절감하고 특히 이산화탄소 추출비용과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바이오연료
헨더슨 박사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는 이미 영국에서 어느 정도 산업적 규모를 형성한 탄소저장고로 "효과적인 온실가스제거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생물다양성 및 토지사용에 압력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된다. 재배하는 농작물이 단일작물로만 이어지고 해당 토지가 식량생산에만 이용되면서 생물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바이오숯
바이오숯(Biochar)은 무산소 환경에서 바이오매스를 가열해 생산하는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숯과 같은 제품이다. 이는 많은 양의 탄소를 포집해 장기간 토양에 격리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기술도 비교적 쉽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이 탄소가 얼마나 오래 저장될 것이며 토양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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