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슬러지 비료 1g에 플라스틱 입자 24개
하수슬러지로 제조된 비료에서 고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면서, 이를 사용하는 유럽 전역의 농지가 세계 최대의 미세플라스틱 저장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학교의 제임스 로프티 박사과정연구원 주도 연구팀은 해마다 3만1000~4만2000톤의 미세플라스틱이 유럽 토양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비료로 사용되는 하수슬러지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하수슬러지는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선 하수의 부유물질이 침전시설에서 응집제와 반응하거나, 미생물에 의해 내려앉아 농축된 찌꺼기를 말한다. 유럽연합(EU)는 하수슬러지를 지속가능하고 재생가능한 비료공급원으로 에너지 생산 및 농업에 활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문제는 하수슬러지가 미세플라스틱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수슬러지 1g당 최대 24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있으며, 이는 전체 하수슬러지 무게의 약 1%를 차지한다. 게다가 채취된 샘플은 크기가 1mm 이상인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다. 따라서 1mm 미만의 입자까지 포함할 경우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추정치를 한참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플라스틱 범벅이 된 채 농경지에 뿌려진 하수슬러지는 결국 지표수로 유출되거나 지하수로 침투한다. 크기가 5mm 미만인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사람이나 동물이 그대로 섭취하기 쉽고, 오염물질과 독성화학물질, 병원균 등을 흡착할 수 있어 생태계 전반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토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매년 농경지 1평방미터당 500~1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유입된다. 그 뒤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이 순위를 이었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저자인 로프티 연구원은 "유럽 전반이 심각한 토양 문제를 안고 있다"며 "농경지에 하수슬러지를 비료로 쓰는 관행 때문에 유럽이 세계 최대의 미세플라스틱 저장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유럽 차원에서 하수슬러지의 미세플라스틱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가 없다"며 "토양 오염수준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하수슬러지와 농업용 토양의 미세플라스틱 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표준화하고, 관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엘스비어(사이언스 다이렉트)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지난 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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