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출길도 막혀...재활용업체 "요즘 수거안해"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은 언제나 스티로폼 포장재들로 넘쳐난다. 부피가 큰 이유도 있지만 배달음식과 신선식품 택배 주문이 늘어나면서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스티로폼 포장 폐기물이 그만큼 늘어나는 탓이다. 명절 전후가 되면 분리수거장은 스티로폼 폐기물로 산을 이룰 정도다.
실제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스티로폼 발생량은 7만4814.9톤이다. 2019년 발생량 5만8655.5톤보다 1만6159.4톤이나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로 배달·택배 등이 증가하면서 스티로폼 발생량도 덩달한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스티로폼은 폴리스티렌(PS) 재질 안에 공기를 집어넣어 부피를 팽창시킨 석유화학계 '플라스틱' 제품이다. 따라서 스티로폼은 자연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환경유해물질이다. 더구나 소각하면 질식사를 일으키는 염화수소(HCl), 시안화수소(HCN) 등의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스티로폼에서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은 땅과 바다를 온통 오염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스티로폼 사용을 제한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처럼 방치하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스티로폼 폐기물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환경부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스티로폼 폐기물은 100% 재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기자가 스티로폼이 실제로 100% 재활용되고 있는지 추적해봤다.
◇ 이물질 오염된 스티로폼은 소각·매립
지역 재활용센터는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된 스티로폼 포장재를 수거해 재활용업체에게 넘긴다. 하지만 모든 스티로폼 폐기물이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물질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으면 재활용이 안된다. 또 테이프가 붙어있는 스티로폼 박스도 재활용에서 제외된다.
깨끗하고 하얀 스티로폼 폐기물만 재활용 가능하다. 재활용업체들은 깨끗한 스티로폼을 분쇄해 인고트(INGOT) 덩어리나 펠릿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분리배출법에 따라 이물질이 묻지 않은 하얀 스티로폼만 배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지만,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다.
실제로 기자가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을 직접 찾아가봤더니,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줄무늬가 있는 스티로폼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배송장과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있는 스티로폼 박스들도 가득 쌓여있었다. 각 가정에서 버리는 스티로폼 폐기물은 깨끗하고 하얀 것들만 배출되지 않았다. 김현수 ACI 대표는 "도봉구 재활용센터로 들어오는 스티로폼의 10% 정도가 재활용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오염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 폐기물들은 모두 소각·매립되지만 환경부 통계에는 소각·매립되는 것까지 재활용 통계치로 잡히고 있다.
스티로폼은 100% 재활용되고 있다고 답했던 환경부 관계자들은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자 "통계 자료를 받아서 취합만 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며 발뺌했다. 그러면서 "통계 자료를 취합하는 환경공단에 문의해보라"고 공을 던졌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스티로폼이 배출·수거된 후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스티로폼 재활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국내 어디에도 없다"고 실토했다.
◇ 건축용 스티로폼 "재활용 불가능"
건축자재로 쓰였던 스티로폼 폐기물에 대한 통계는 아예 없다. 스티로폼은 열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건축물 단열재로 많이 사용된다. 이런 스티로폼 단열재들은 건축물 철거과정에서 더러워지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없다. 폐기물 처리업체 한 관계자는 "건물을 철거할 때는 한번에 부수기 때문에 단열재로 쓰였던 스티로폼은 흙이나 다른 이물질들이 잔뜩 묻어있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도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은 준불연재 스티로폼을 사용하므로 재활용이 더 어렵다"고 했다.
환경부의 2020년 '건축폐기물 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스티로폼이 포함된 폐합성 수지류 배출량은 58만42톤이다. 통계청 e-나라지표 주택멸실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멸실주택 수는 13만2048개였다. 이 가운데 스티로폼 폐기물 양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게 재활용업계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스티로폼은 폐합성 수지류에 통합·신고되기 때문에 건축폐기물로 나오는 스티로폼 양만 따로 파악할 수 없다"면서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배출자 등의 의무) 2항에도 스티로폼을 따로 분류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수출길 막힌 재활용 스티로폼···결국 매립·소각
스티로폼 재활용업체들은 스티로폼을 작은 입자로 분쇄해 녹인 다음 인고트(INGOT) 덩어리나 펠릿 조각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재활용 소재들은 대부분 중국에 수출됐다. 그러나 최근 이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재활용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원료가 더 싸기 때문에 한국산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판매만 의존하면 사실 인건비도 안나온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래서 최근에는 재활용센터에서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업체로 넘기지 못한 스티로폼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스티로폼 가운데 상당수가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도 문제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생선을 담은 스티로폼은 냄새가 나서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며 "컵라면 용기도 이물질 제거가 어려워 그냥 일반쓰레기로 버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일이나 채소, 생선을 소량포장하는데 쓰인 스티로폼 역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그대로 버려지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국내 폐기물 재활용률 통계는 실질적인 재활용률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분리배출된 재활용 폐기물이 재활용센터에 들어가는 통계만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보다 정확하게 스티로폼 재활용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나아가 플라스틱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제도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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