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연평균 조기사망자 1300명 이를것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로 홍보되던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복합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주민들의 건강에 피해를 끼치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기후위기 대응단체 기후솔루션은 당인리발전소가 위치한 마포새빛문화숲 앞 유니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인리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경남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함께해 가스발전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당인리발전소는 마포구 합정동 주거지역에 위치한 발전소다. 193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로 시작했고, 중유 발전을 거쳐 2013년부터 가스발전소로 연료를 전환했다. 현재 400MW 규모 발전기 2기로 구성돼 총 800MW의 전력설비 용량을 갖춘 대규모 가스발전소다.
발전사인 한국중부발전은 당인리발전소의 배출 연기가 무해한 수증기라고 주장하는 등 발전소를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로 홍보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허용량(20ppm)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5ppm보다 낮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발전소가 제시한 수치가 발전이 정상가동(고출력) 상태에 이르러 안정화됐을 때 배출량이라는 점이다. 가스발전소는 '첨두부하'(Peak Load) 발전기로 기능한다. 기동시간이 짧고 응답성이 좋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높을 때 빈번히 켜고 끌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발생해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당인리발전소는 서울 주요 쓰레기 소각장 3개를 합친 수치보다 높은 222톤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가스발전을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라며 대기오염 피해를 축소하고 있으며, 마포구는 환경부 관할이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발전소 가동 최소화, 알림시스템 구축, 공기청정기 등 인근 주민지원 등을 포괄하는 조례 제정도 당국의 묵묵부답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단체들은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대기오염물질들은 배출허용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재가동 시 질소산화물과 그 이외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스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암 등을 유발해 이에 대한 건강피해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가스발전소는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64%가 집중돼 있으며, 2020년 41.3GW 규모에서 2034년 59.1GW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035년까지 국내 연평균 조기사망자는 최대 1300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가스의 주성분은 메탄인데,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8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다. 국내 석탄발전소 24기를 모두 가스발전소로 전환하더라도 2030년 중간목표치를 달성하려면 1억2000만톤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우리 팀장은 "당인리발전소는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을 200톤 가까이 배출하는 발전소"라며 "질소산화물은 대기중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초미세먼지나 오존으로 변화한다. 화석연료 발전은 친환경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 태양광 같은 대도시에 적합한 발전소를 확대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전환 계획을 세워 시민안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조규리 연구원은 "2035년 가스발전소 조기폐쇄의 건강 편익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책 시나리오에서는 가스발전소로 인해 2064년에 이르면 한국, 북한, 일본, 중국에서 최대 3만50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며 "서울시가 가스발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엄격히 관리·검토하고 배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진 합정동 통장협의회 전 회장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근주민들은 선택권 없이 바람이 동쪽으로 부는 날에는 신촌으로, 서쪽으로 부는 날에는 망원동 월드컵경기장으로 질소산화물이 날아가면서 점진적으로 1급발암물질을 폐에 쌓고 있다"며 "사람 입김과 같은 수증기라는 한국중부발전의 표지판만 믿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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