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발전소 수증기 "사람 입김과 같다?...담배 강제로 피우는 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4 15:55:04
  • -
  • +
  • 인쇄
NOx 배출량 쓰레기소각장 3개보다 많아
2035년 연평균 조기사망자 1300명 이를것
▲4일 오후 1시 마포새빛문화숲 앞에서 기후솔루션,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전충남녹색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로 홍보되던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복합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주민들의 건강에 피해를 끼치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기후위기 대응단체 기후솔루션은 당인리발전소가 위치한 마포새빛문화숲 앞 유니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인리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경남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함께해 가스발전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당인리발전소는 마포구 합정동 주거지역에 위치한 발전소다. 193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로 시작했고, 중유 발전을 거쳐 2013년부터 가스발전소로 연료를 전환했다. 현재 400MW 규모 발전기 2기로 구성돼 총 800MW의 전력설비 용량을 갖춘 대규모 가스발전소다.

발전사인 한국중부발전은 당인리발전소의 배출 연기가 무해한 수증기라고 주장하는 등 발전소를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로 홍보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허용량(20ppm)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5ppm보다 낮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발전소가 제시한 수치가 발전이 정상가동(고출력) 상태에 이르러 안정화됐을 때 배출량이라는 점이다. 가스발전소는 '첨두부하'(Peak Load) 발전기로 기능한다. 기동시간이 짧고 응답성이 좋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높을 때 빈번히 켜고 끌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발생해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당인리발전소는 서울 주요 쓰레기 소각장 3개를 합친 수치보다 높은 222톤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가스발전을 '친환경 주민친화형 발전소'라며 대기오염 피해를 축소하고 있으며, 마포구는 환경부 관할이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발전소 가동 최소화, 알림시스템 구축, 공기청정기 등 인근 주민지원 등을 포괄하는 조례 제정도 당국의 묵묵부답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단체들은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대기오염물질들은 배출허용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재가동 시 질소산화물과 그 이외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스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암 등을 유발해 이에 대한 건강피해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가스발전소는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64%가 집중돼 있으며, 2020년 41.3GW 규모에서 2034년 59.1GW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035년까지 국내 연평균 조기사망자는 최대 1300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가스의 주성분은 메탄인데,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8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다. 국내 석탄발전소 24기를 모두 가스발전소로 전환하더라도 2030년 중간목표치를 달성하려면 1억2000만톤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우리 팀장은 "당인리발전소는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을 200톤 가까이 배출하는 발전소"라며 "질소산화물은 대기중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초미세먼지나 오존으로 변화한다. 화석연료 발전은 친환경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 태양광 같은 대도시에 적합한 발전소를 확대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전환 계획을 세워 시민안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조규리 연구원은 "2035년 가스발전소 조기폐쇄의 건강 편익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책 시나리오에서는 가스발전소로 인해 2064년에 이르면 한국, 북한, 일본, 중국에서 최대 3만50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며 "서울시가 가스발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엄격히 관리·검토하고 배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진 합정동 통장협의회 전 회장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근주민들은 선택권 없이 바람이 동쪽으로 부는 날에는 신촌으로, 서쪽으로 부는 날에는 망원동 월드컵경기장으로 질소산화물이 날아가면서 점진적으로 1급발암물질을 폐에 쌓고 있다"며 "사람 입김과 같은 수증기라는 한국중부발전의 표지판만 믿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