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률과 포장재 줄여 제품력 강화에 재투자
원자재 인상으로 올초부터 식품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오르면서 소위 '월급빼고는 다 오른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리온은 9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인상은 과자부터 도넛, 소주 가격까지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소비시장이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와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이에 롯데제과, CJ제일제당, SPC,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등 거의 모든 식음료업체들이 올들어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오리온만 이 대열에 가세하지 않고 있다. 지난 8년간 제품가격을 동결해왔던 오리온은 올해도 다른 업체들과 달리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9년째 가격동결이다. 원자재 가격인상에 대한 압박은 오리온도 피할 수 없을텐데 가격동결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데이터경영 △수익성·효율성 중심 경영체제 확립 △고객가치 증대 선순환 구조 등을 비결로 꼽았다.
오리온은 2016년부터 실제 소비자판매 데이터인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정보를 토대로 생산과 판매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 진열과 판매경향을 분석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18일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실시간 생산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반품률이 0.5%대에 불과하다보니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생산물량을 줄인다. 소비자 반응이 좋지않은 신제품은 발빠르게 단종을 결정한다. 또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재고물량은 판촉행사 등을 통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소별로 재고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철저하게 판매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관리하다보니 반품이나 폐기되는 제품이 적다. 이는 고스란히 수익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부터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원가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원부자재 글로벌 통합 구매관리, 제품 경쟁력 강화, 과다한 광고·판촉 위주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제품개발 중심의 마케팅 등으로 개편하면서 원가절감이 가능했다는 게 오리온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비용 효율화 작업에 따른 수익을 제품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고 남는 이윤을 제품 증량 등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년 전 대학생들이 스낵 제품으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4년부터 제품 포장재의 크기와 인쇄 도수를 줄여 환경에 기여하고, 포장재에서 절감된 비용을 가격 동결 및 제품 증량에 사용한 것이다.
회사측은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와 포장재 볼륨을 줄였더니 1년에 70억원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을 회사 이윤으로 가져가지 않고,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파이와 스낵을 증량하는데 사용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목적은 맛있는 과자를 저렴하게 즐기기 위한 것이지 포장재를 보고 사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결과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포장재 줄이기, 부서통합, 원부재료 통합구매, 비핵심사업 정리 등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 남은 여력은 온전히 제품력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모두 핵심가치인 소비자 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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