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K택소노미에 포함해 제도 정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실현하되,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은 폐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늦어도 올 8월까지 원전을 포함하는 '그린 택소노미' 관련제도를 정비해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방향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12일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우리가 멋대로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이나 국제사회 기후변화 체계에 비춰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상협 인수위 기후·에너지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기술중립'이라는 원칙을 깨고 탈원전을 전제로 한 에너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탈원전이라는 금기를 해체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실질적인, 책임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관계 당국 보고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월평균 350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000원을 내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2025년에 5만3000∼5만6000원, 2030년에 6만4000∼7만5000원, 2035년에 이르면 7만8000∼10만원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수위는 지금 추세로 가면 2050년에 전기요금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수위는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매비가 문재인 정부 5년간 13조원 늘었다고도 지적했다. 또 원전은 감소했지만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며 5대 정책방향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2주 뒤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녹색기술 발전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2050 탄소중립'을 가기 위한 중간 이행과정인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40% 감축(NDC)' 목표를 수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고 돼 있다. 동법 시행령에 NDC 감축목표를 40%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탄소이행 계획을 수정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설정한 NDC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목표보다 수치가 낮다.
지난 4일 발표된 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3차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하지 않으면 2050년에 지구 평균온도는 3.2도까지 상승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법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보다 더 줄이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는 지난해 12월 30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환경부는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범사업을 진행중이긴 하지만 수정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EU 택소노미는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계획과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자금과 부지 등이 있어야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원전이 녹색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K택소노미에 원전을 단서없이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면 EU 택소노미와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원전을 백업전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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