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자체 지표 개발 기업도 늘어
해외 기업들에 이어 국내 기업들도 경영진 보상을 위한 성과기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연동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ESG와 경영진 보상 연계 사례 및 자체평가지표 개발 사례'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관련 움직임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현대차와 SK그룹, 롯데그룹이 ESG를 경영진 보상체계에 반영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비재무적 요소를 계량화한 ESG등급을 경영자 성과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2019년부터 CEO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가치 창출을 50% 반영중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성과를 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12월 ESG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하고, 롯데 지속성장평가지표를 만들었다. 이후 2019년부터는 ESG평가 결과를 KPI에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측정이 어렵다는 ESG 성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환경성과지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친환경 기여(40%), 협력회사 환경관리(20%), 사업장 환경성과(40%), 사용자 환경편익(5%, 가산점 지표)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환경성과지표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LG도 기후행동, 물회복, 인적자본,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안전 등 5개 지표로 구성된 'LG ESG 지수'를 개발, 시범운영 이후 경영진 KPI에 연계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 부문 지수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은 기업신용평가사인 이크레더블과 함께 지난 2월부터 건설사 고유 특성에 맞춘 ESG 평가모델 개발에 나서 50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된 '건설업 특화 ESG 평가모델'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한국선급(KR)과 '우리나라 조선산업 특화 ESG 평가지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ESG 성과를 경영진 보상과 연계하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전경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S&P500 기업의 60%가 경영진 인센티브 계획에 ESG 지표를 포함했다.(전년비 8%p 증가) 분야별로 사회 연계 56%, 지배구조 연계 30%, 환경 연계 13% 순이다. 전경련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네슬레, 다논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앞서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관투자자를 위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인용해 러셀 3000 지수(미국 주식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3000개 상장 기업을 나타내는 지수)에 등록된 기업 가운데 급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동된 비중이 2018년 7%에서 2021년 20%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직장내 다양성과 연동된 비중은 2018년 2.5%에서 2021년 11%로 올랐다.
다만 일부에서는 ESG 상여금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데 비해 대기업 경영진이 연봉을 지나치게 올리면서 비난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가운데 스타벅스를 포함한 13곳의 '주주권고투표'(Say on Pay)에서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을 넘어섰다. 주주권고투표는 CEO의 연봉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투표로, 이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ESG 상여금이 주가상승 실적과 연동돼 있는 기존 상여금을 대체하게 되면 올해 예고된 주식시장의 난기류 속에서도 기업의 부진한 성과와 관계 없이 CEO들이 수익을 보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의 케이틀린 맥셰리(Caitlin McSherry) 부회장은 "급여체계에 있어 ESG 평가지표는 모호하고, 고위급 관계자에만 국한돼 있으며, 목표가 단기실적 위주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