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과 수온상승에 블랙카본까지 3중고
남극에 1명씩 방문할 때마다 눈이 83톤씩 녹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극 관광사업과 연구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블랙카본'이 햇빛을 강력하게 흡수하면서 남극의 눈이 더 빨리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대학교 라울 코르데로(Raúl Cordero) 박사 주도 연구팀은 남극의 선박, 비행기, 디젤발전기가 뿜어내는 '블랙카본'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23mm가량의 눈이 녹아내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블랙카본'은 탄소를 함유한 연료가 불완전 연소됐을 때 발생하는 검은색의 그을음으로, 열을 흡수하는 힘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500배 강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2016~2020년 사이 남극반도를 중심으로 남극을 방문한 사람들의 수와 남극대륙 28곳의 눈 샘플을 채취해 조사를 진행했다. 남극반도는 남극대륙 서부에서 북쪽을 향해 뻗어 드레이크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아메리카와 마주 대하고 있는 반도다. 남극대륙에 위치한 연구시설의 절반이 이곳에 있고, 남극 관광여행의 9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조사결과, 연평균 남극대륙 방문객 수는 5만3000명에 달했으며, 특히 2019~2020년 사이 방문객의 수는 7만4000명으로 10년전 수치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남극반도에서 발견된 블랙카본의 양은 남극대륙 전체에 비해 2~4배 많았다. 관광업의 영향으로 녹아내린 눈의 양은 440만톤에 달했고, 이는 방문객 1명당 83톤 가량에 해당한다.
코르데로 박사는 "눈 샘플들의 빛 반사율을 측정한 결과 블랙카본이 눈을 더 어두운 색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태양복사열을 흡수하도록 만든다"며 "이 때문에 일반적인 눈과 달리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발생해 눈이 녹는 작용을 가속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든 연구원들이 선박, 비행기, 헬리콥터, 발전기 등을 쓰는데 전부 디젤을 동력원으로 쓰는데, 남극 소재 연구원들의 블랙카본 배출량이 관광객들보다 10배 더 많다"며 "남극에서도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코르데로 박사에 따르면 남극대륙의 벨기에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에서는 대부분의 동력원으로 풍력을 사용하고 있다.
호주 모나쉬대학교의 앤드류 매킨토시(Andrew Mackintosh) 교수는 "히말라야 산맥 등지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이미 블랙카본이 지표면의 눈이나 얼음을 녹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징후는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다만 남극의 경우 기온 상승, 바다 수온 상승, 블랙카본으로 인한 피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2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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