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절수변기 규정' 라벨만 붙인다고 지켜질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8 17:54:05
  • -
  • +
  • 인쇄
절수등급 표시제도 관련, 수도법 개정안 18일 시행
사후관리 중요한데...8년간 전수조사·시정명령 '0'
▲18일부터 의무화된 절수등급 라벨 예시. 왼쪽부터 1등급 변기, 1등급 수도꼭지, 우수등급 샤워용수도꼭지 순이다. (사진=환경부)

절수형 양변기를 포함한 절수설비의 '등급표시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법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원인 해결과는 동떨어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환경부는 변기, 수도꼭지와 같은 절수설비에 절수등급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수도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이후 제조·수입되는 절수설비는 가전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이 붙듯이 반드시 절수설비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절수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일례로 양변기는 1회 물사용량을 기준으로 절수등급을 구분한다. 1등급(4리터 이하), 2등급(5리터 이하), 3등급(6리터 이하)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절수등급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 300만원, 절수형 양변기 자체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개정안은 양변기에 절수등급 표시를 의무화하는 조항, 위반 횟수에 따른 가중 처벌 조항 등이 골자다.

환경부는 1등급 변기가 전국에 약 2300만대 보급될 경우 연간 약 1억5000만톤의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돗물 평균 생산원가를 적용하게 되면 연간 약 149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수돗물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도 함께 절약되어 해마다 내연기관 차량 1만7000대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하는 효과와 같은 이산화탄소 약 1만3700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연 이번 개정안으로 1등급 변기 보급이 크게 늘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수도법이 있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사후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라벨 부착 의무화 등만 손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절수설비의 경우 사후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양변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변기의 물사용량을 측정할 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변기 샘플을 제출하고, 그에 따른 성적서를 기반으로 등급이 정해지게 된다"며 "건설사가 임의로 절수형이 아닌 양변기를 사용하더라도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YMCA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신축건물은 1회 물사용량이 6리터 이하로 3등급에 해당하는 절수형 양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었지만 이를 지킨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이후 건설된 10개 아파트의 양변기 1회 물사용량 (자료=한국YMCA전국연맹)


이에 대해 환경부는 "건축물마다 수압 차이가 있어서 최대 8리터까지 물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고, 검사기관 인증뒤 부속품으로 물사용량을 조절하는 사례도 있어 2020년 5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부속품을 활용해도 6리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 사용승인이 난 인천 연수구에 현대건설이 지은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양변기 물사용량은 7리터가 넘어 이같은 해명을 무색하게 했다. 게다가 한국YMCA 조사는 수압에 따라 물사용량이 달라지는 '직수형 양변기'가 아닌 '물탱크형 양변기'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처벌 대상이 버젓이 드러났음에도 1건의 시정명령이나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사후관리에 대한 별도의 논의사항이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변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아무리 강화돼도 실제로 집행이 돼야 의미가 있다"며 "지난 8년간 아무런 페널티가 없었는데 이번에 의무화된 등급제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도법 개정안 알리기도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개정안 시행일 하루전 변기·수도꼭지 업계 관련 조합 및 협회 관계자를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환경산업기술원에 등록된 업체 명단을 통해 연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등급제 시행일 이전에 등급 검사가 끝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행령 개정안이 처음 고시된 것은 지난해 8월인데 시행일 1달전까지도 인증기관을 선정하지 않더니 이제껏 정확한 테스트 기준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에서 30년간 세라믹 욕실용품을 판매한 한 업체 대표는 "1등급에 해당하는 4리터 이하 양변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5곳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잔변이 남지 않고 제대로 처리되는 경우는 2곳 남짓인데, 가격도 비싸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변기를 1등급으로 교체해 수도요금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건 기만이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