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득 높고 젊을수록 기후문제 투표로 대응
기후변화에 대해 경험한 사람들이 친환경적 태도를 취하고 선거때 환경공약에 중심을 두는 녹색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진은 기후변화 경험이 환경문제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유럽의 기후데이터와 유럽 28개국 34개 지방정부의 선거데이터 등을 비교분석했더니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7일(현지시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학술지에 발표했다.
20년 전만 해도 대다수 유럽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2002년 환경문제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 유럽인들은 5%도 안됐는데, 2019년에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면서 2004년~2019년 사이 유럽의회의 녹색정당 의석 비율이 5.7%에서 9.9%로, 74%로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선거와 환경인식을 결합해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2002~2019년 42차례에 걸쳐 34개국에서 진행된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시계열데이터와 1994~2019년 28개국에서 6차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데이터를 이용해 투표 경향을 분석하고, 이 선거데이터와 기후데이터를 종합했다. 유로바로미터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실시하는 공동체에 대한 여론조사로, 유럽 연합 모든 회원국에서 실시된다.
통계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하게 나타났던 지난 20년동안 사람들의 환경문제 의식과 녹색정당 지지가 높아졌다. 특히 북유럽과 서유럽에서 이같은 추세가 두드러졌고, 동남부보다 북서부 지역의 녹색정당 지지 경향이 더 뚜렷했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유럽은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었다. 평균기온이 상승했고, 산불이 빈번했다. 지난해 여름 산불 발생건수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평균건수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뿐만 아니라 서유럽 국가 곳곳에서 수십 년간 전례없던 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연구에서 이상기온과 폭염, 가뭄 등이 환경문제와 녹색정당 투표율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하게 발생할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녹색정당 투표율이 각각 0.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영하의 기온이나 한파는 관심도나 지지도 변화에 영향이 없었다.
이같은 기후의 영향은 기온이 온화한 대서양 기후지역과 북유럽 및 중부유럽의 상대적으로 추운 대륙기후지역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난 반면, 남부유럽의 덥고 건조한 지중해 기후지역에서는 비교적 약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더운 지역 사람들은 이미 따뜻하고 건조한 조건에 적응했거나 기온변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덜 두드러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후인식과 녹색정당 지지가 교육수준, 연령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라야 무타라크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인구학 교수는 "교육수준이 높고 연령대가 젊은 지역일수록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투표로 기후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연구진은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환경문제에 대한 유럽의 관심이 크게 낮아진 것을 고려해, 경제 상황과의 상관관계도 조사했다. 지역 국내총생산(GDP)에 따른 차이를 조사한 분석에서는 기후경험에 따른 기후행동 지지의 증가는 오직 개인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겪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인식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후소통과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인다면 기후행동을 장려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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