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악화기여, 해결하려는 노력도 안해"
영국 국가퇴직연금신탁 네스트(Nest)가 기후위기를 이유로 한국전력공사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간) 네스트는 한국전력공사, 엑슨모빌(Exxon Mobil), 임페리얼오일(IMO), 마라톤오일(MRO), 파워에셋(Power Assets) 등 5개 기업에 투자했던 총 4000만파운드(약 63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네스트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영국 노동연금부가 개설한 공공 퇴직연금사업자다. 네스트는 영국 노동자 1000만명이 가입돼 있고, 자산운용규모가 200억파운드(약 31조원)에 이르는 '큰손'이다.
네스트는 5개 기업의 투자금 회수 이유를 "이 기업들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에 방해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스트의 책임투자부서 차장 카타리나 린드마이어(Katharina Lindmeier)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 5개 회사는 우리가 주주로서 남을 수 있도록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저탄소 경제를 준비하는 데 있어 확연한 진전을 보일 때까지 우리 투자 포트폴리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스트는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운용하는 기후펀드를 통해 이 5개 회사에 투자해왔다. UBS의 기후펀드 규모는 90억파운드(약 14조원)에 달한다. UBS는 네스트의 결정에 따라 이 5개 회사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UBS는 처분할 주식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기후위기를 이유로 투자회수를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BS는 지난 3년간 49개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성과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 왔다. 이번에 투자회수를 결정한 5개 기업은 이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뒤쳐지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UBS의 테마주 관여 및 협력부서 대표 프란시스 콘돈(Francis Condon)은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기업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유의미한 진척사항이 없는 경우 우리가 나서 무언가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네스트와 UBS의 결정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지난 10월 세계 5위 연기금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화석연료와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150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자산 전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연기금인 뉴욕주 일반 퇴직연금(New York State Common Retirement Fund)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계획이 없는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스트는 이번 투자철회 선언과 더불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네스트가 공개적으로 거래하는 상장기업들의 주식 및 채권상품의 탄소발자국을 30%를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카타리나 린드마이어는 "우리는 우리 고객들을 위해 기후변화 관련 위험조정수익률에서 앞서나가고 싶다"며 "우리의 새로운 기후목표는 네스트가 단순히 미적거리고 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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