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영향 미미?...그린피스 "도쿄전력 환경평가 엉터리"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1-12-16 14:39:57
  • -
  • +
  • 인쇄
IAEA 지침 일부만 편의적으로 적용한 보고서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 위험성 언급도 안해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오염수 탱크 (사진=그린피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11월 일본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대해 오염수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토의견을 도쿄전력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의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부 지침을 편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충분한 과학적 근거없이 오염수 해양 방류가 10㎢ 이내의 해역과 해양생태계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쿄전력의 단편적인 방사선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IAEA 지침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그린피스의 검토의견은 달랐다. IAEA의 일반 안전지침 'No.GSG-9'에 따르면 방사선 영향평가는 원전부지 주변의 물과 토양, 식물, 곡물 등 다양한 환경영역에서 종합적으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 어디에도 종합적인 환경영향 평가내용이 없다. IAEA의 지침을 지엽적으로 차용했을 뿐이다. 또 오염수가 최소 30년간 방류될 경우에 해양생태계에 끼칠 장기적인 피폭 피해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지침은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농도를 측정하지도 않고 그대로 바다에 방류하도록 돼 있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방사능 물질이지만,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이런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방류될 경우, 바닷물의 유기결합 삼중수소(Organically Bound Tritium, OBT) 농도는 점차 증가한다.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체내 배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 영향이 크다.

IAEA는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오염 경로가 발견된 경우, 이를 평가에 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올 3월 발표된 일본 전력중앙연구소(Central Research Institute of Electric Power Industry)의 조사결과 등 최근까지 밝혀진 방사성 오염 경로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전력중앙연구소가 후쿠시마 연안의 퇴적물에서 채취한 7개의 샘플 전부에서 세슘 고함량 미립자가 발견됐다. 세슘 고함량 미립자는 고선량 방사능을 뿜는 밀리미터 수준의 소입자로, 기상 영향에 따라 넓은 범위까지 이동하며 흡입시 피폭의 원인이 된다. 2019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오염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위해 원자로에 대량의 냉각수를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원자로에 남은 스트론튬 90, 플루토늄, 우라늄 등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알파 핵종이 전량 오염수가 된다. 현재 저장된 약 128만톤의 오염수에 더해,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은 더 유독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다.

그린피스 장마리 탈원전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평가는 오염수의 2차 정화 처리가 반드시 성공하는 상황만 전제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며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오염수 해양 방류 자체가 과학·기술적으로 불가피한지에 대한 도쿄전력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전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했으며, 오는 18일까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