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거래가능...현실화폐와 교환도 가능
"진정한 가상플랫폼 되려면 넘어야 할 산 많아"
'메타버스'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에 발을 담그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T기업들은 주로 플랫폼 개발이나 확장에 주력하고 있고, 비(非) IT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일한 가상세계라는 의미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지만, 최근 몇 년사이에 가장 '핫'한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꾸고 앞으로 메타버스에 올인할 태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 유전자는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라며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여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내 유명 커피프랜차이즈인 '이디야커피'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국내 커피업계 최초로 매장을 낸다고 7일 밝혔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조종해 현실에서처럼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고,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디야커피가 메타버스에 매장을 냈으니, 다른 커피프랜차이즈들도 이에 질세라 메타버스에 너도나도 입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페토는 이미 구찌나 나이키 등의 패션브랜드들도 입점해있다. 이용자들은 이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메타버스는 젊은층이 주로 하는 게임이나 3차원(3D) 형태의 소셜서비스(SNS)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이 본격 등장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현실처럼 문화를 즐기고 옷을 사고, 사교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더 키웠다. NFT로 메타버스의 경제활동과 실생활이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블록스' 메타버스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수없이 많은 게임과 아이템들이 매일 거래되고 있다. 이 거래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로벅스'라는 암호화폐다. 로벅스는 실제 화폐와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로블록스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콘서트를 보고, 물건도 사고판다. 현실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은 '제페토'다. 제페토에 접속하면 나를 닮은 '아바타'를 통해 공원·학교·도시를 구현한 '맵'을 돌아다닐 수 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아바타가 입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다. 아이템 구매는 암호화폐 '젬'으로 하면 된다. '젬'은 실제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만들어서 한국의 메타버스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플랫폼이다. 현재 이용자는 약 2억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외 이용자가 90%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이 제페토와 손잡거나 입점하려고 안달이다. 입점만 하면 마케팅하기 수월하고 글로벌 인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제페토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이다. 포털 네이버처럼 수많은 기업들과 손잡고 가상세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디야커피와 패션브랜드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의 강자인 크래프톤 그리고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YG, JYP 등 국내 굵직한 연예기획사들도 모두 제페토와 손잡고 있다. 블랙핑크와 ITZY의 팬사인회와 댄스 퍼포먼스가 제페토에서 열리기도 했다. 하이브 입성으로 BTS도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7월 선보인 '이프랜드'도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SK텔레콤에서 분리된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얼마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지분 35%를 인수했다. 이프랜드에서 모은 가상자산을 코빗타운(코빗의 거래소)을 통해 현실화폐와 교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울러 SK스퀘어는 카카오 계열의 3D 디지털휴먼 제작사인 온마인드의 지분 40%도 인수했다. 이프랜드에 한층 더 실감나는 아바타 구현, 가상 인플루언서 생성 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중인 두나무도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화상채팅' 기능을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두나무인만큼 경제시스템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두나무측은 "아직 베타서비스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베타서비스를 통해 보완할 부분이나 추가할 점을 파악할 것이고, 실제 서비스 이후에도 이용자의 니즈에 따라 얼마든지 변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컴투스가 제작중인 '컴투버스'는 생활과 놀이를 아우르는 올인원 메타버스 계획도시를 표방한다. 오피스 월드, 테마파크 월드, 커뮤니티 월드, 커머셜 월드 등 총 4가지 테마로 이뤄진 컴투버스는 모든 활동이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중으로 컴투스 그룹사가 입주를 시작하고 6개월 후에는 일반 기업들도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입주하기로 했다.
오는 17일 출시 예정인 '싸이월드 한컴타운'(싸이월드와 한컴 합작)은 '생활형 메타버스'를 추구한다. 출시 당일 대선 후보들의 미니홈피와 미니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일종의 '가상세계에서의 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플랫폼 내 다양한 상점들을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IBK기업은행, 메가박스, 휴대폰대리점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분야에 특화된 메타버스 플랫폼도 있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와 비빔블의 합작회사인 바이브테크가 서비스하고 있는 '바이브텍 리얼'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고사양 3D 전시장을 PC와 모바일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으로, 기존의 온라인 전시플랫폼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호작용 기능'과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자체 엔진과 기술을 통해 구현했다.
현재 '메타버스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다만 차세대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단순히 시각적으로 진일보된 게임이나 SNS가 아닌 '진정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메타버스 개발을 담당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진정으로 현실에 가까운 가상세계가 되려면 기술적으로 '표준화', 정책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초기단계여서 수많은 플랫폼들이 나오고 있지만 조만간 플랫폼간 호환문제 그리고 암호화폐의 현금화에 따른 세금이나 암호화폐간 환율문제 등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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