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동권 보장 위해 법 사각지대 없어야" 강조
#올해 5월 남동공단 유류탱크 제조업체 A사의 하청업체인 B사에서는 작업을 위해 크레인에 철판을 실어 이동하던 중 철판이 떨어져 밑에 있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A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하청업체를 설립하는 '쪼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강은미, 윤준병 등의 국회의원들이 주최하고 5인미만 차별폐기 공동행동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차별이 확산된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차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법에서 규정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에 의하면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66만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8.7%에 달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행 노동관련 법으로는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대다수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5인미만 사업장은 해고, 휴업수당, 근로시간, 연장수당, 연차 및 생리휴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관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제외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교육, 안전보건관리조직, 안전보건 관리규정에 관한 의무가 없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법적 영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차별지대에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는 행위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자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진우 사무총장은 "최근에는 중견기업과 신산업분야에서의 쪼개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동자를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아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위장하는 꼼수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업원수에 따라 근로관련법을 차등적용하다보니 노동자간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동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소규모 사업장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는 월 190만원 수준에 달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4대보험 가입률은 대기업 가입률의 57%에 불과했다. 서면 고용계약서 작성률도 대기업의 63% 수준이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임금뿐 아니라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에서조차 차별받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박선유 조직국장은 "기업규모에 따른 노동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에서 정부는 보편적인 노동권에 대해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지를 가지고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의 '5인미만 제외조항'에 대한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오민혜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에 따른 인간의 존엄성을 법률로 보장하도록 만들어진 법이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오민혜 변호사는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기 위해서는 이 기준이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 배제의 정당한 사유가 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사업장 규모의 기준은 사회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을 뿐 근로기준법 제외를 정당화할 다른 합리적 이유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이 정작 스스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조항들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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