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3] '돈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재활용 의무화'가 순환경제 해법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1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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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EU, 플라스틱 규제 본격화...대체산업 129조 지원
한국, 규제도 지원도 없고 재활용률 집계도 '엉망'
(사진=씨 클리너스)


올 11월 12일까지 열린 '제26차 유엔(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뉴질랜드 비영리단체 '씨 클리너스'(Sea Cleaners)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우선순위로 지정하도록 촉구했다. 바다는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50%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하면서 숲과 함께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왔지만, 미세플라스틱이 플랑크톤의 광합성 기능을 저해하면서 제기능을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소리에 힘입어 COP26은 '국제플라스틱정책센터'(GPCC)를 발족시켰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에 소속된 이 연구소는 앞으로 각국 정부와 산업단체에 실질적인 증거에 기반해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오염 해결책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대학의 해양정책 및 경제학과 교수 스티브 플레처는 "여지껏 외부개입없이 증거에 기반한 플라스틱 정책제언이 전무했다"며 "GPCC를 통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평가가 자유롭게 공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각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의무화 움직임이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지난 10월 21일 이같은 움직임이 플라스틱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관세 장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정 국가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면, 자국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입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 역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업계의 부담은 커질 것이 뻔하지만, 반대로 플라스틱 대체재 시장을 선점할 기회도 생기게 된다.

이처럼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은 재활용 여부에 따라 흥망성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탈플라스틱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 EU '플라스틱세' 도입···한국, 재활용률 집계 '엉망'


EU는 이미 올 1월 1일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축소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부양 자금을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1kg당 0.8유로(약 1086원)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전격 도입했다. 국가별로 부과시기, 대상 및 방법은 다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는 EU 조약침해에 따른 제재가 가능할 정도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EU 탈플라스틱 정책의 최종 목적은 '순환경제 구축'이다. 제품을 다 사용하면 그냥 폐기해버리는 '선형경제'를 탈피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수거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 지침' '플라스틱 폐기물 지침' '포장재 지침' 등 개별규정이나 지침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침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 지침 플라스틱 폐기물 지침 포장재 지침
세부사항 플라스틱병 재활용수거율 도시폐기물 재활용률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
목표 '25년 77% → '29년 90% '25년 55% → '30년 60% → '35년 65% '25년 50% → '30년 55%

특히 독일은 2019년 '신포장재법'을 도입했다. 이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주체들이 폐기처분과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완전성 선언'을 의무화한 것이다. 기업이 '완전성 선언'을 하려면 우선 자사의 모든 포장재 정보를 데이터뱅크 'LUCID'에 등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관리시스템인 '듀얼시스템'에 가입된 민간 재활용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후 포장재의 처리현황을 연방 중앙기관에 보고하고, 플라스틱을 '순환자원'으로 완전하게 관리되었음을 입증받아야 한다.

'완전성 선언'이 의무화된 덕택에 독일은 플라스틱 재활용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재활용 현황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규제가 가능하다. 현재 독일은 △2022년 플라스틱 포장재 의무화 비중 63%로 상향 조치 △2025년  페트(PET) 음료수병에 최소 25%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69.2%라고 밝혔지만 이는 실질적인 재활용률이 아닌 '수거율'에 가까운 수치다. 재활용 가능한 제품들을 추려 최종재활용업체로 출고한 양을 '재활용률'로 집계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 재활용 공정을 거쳤고, 그 가운데 또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생산자가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을 지급해 재활용 실적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재활용 실적은 재활용 업체가 지자체에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렇다보니 생산자는 회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활용 업체는 정보가 파편화돼 사실 확인이 곤란한 점을 악용해 실적을 위조하는 등 투명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 EU, 순환경제 위해 129조 지원···韓 '수수방관'

EU는 환경규제로 위기를 맞이한 기업들이 플라스틱 대체재나 보완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EU는 연구개발(R&D) 전략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및 신소재 개발에 955억유로(약 129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밖에도 EU 민관 합작투자를 바탕으로 한 '순환 바이오기반 산업연합체'(CBE JU), '순환경제 및 자원효율을 위한 국제연합'(GACERE) 등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EU 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 영역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벨기에의 두잇(Do EAT)은 화학성분없이 오직 물과 감자, 보리 잔여물로 식용가능한 식기류를 제조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란마린 테크놀로지(RanMarine Technology)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한번 충전하면 10시간동안 500kg의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수상드론을 개발했다.

▲식용가능한 두잇 키트에 담긴 디저트(위)와 란마린 테크놀로지의 폐기물 수거용 수상드론(아래) (사진=두잇, 란마린 테크놀로지)


우리나라는 민간기업 주도로 재활용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 SK종합화학은 올해 회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꾸면서 주력 사업모델로 '플라스틱 재활용'을 내세웠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폐플라스틱으로 석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대의 '도시유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아래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비롯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등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2050년에 이르면 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6000억원의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자원순환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순환경제 플랫폼 구축에 따르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학이 연계된 '대한민국 친환경 패키징 포럼'을 열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EU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들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그러나 친환경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터기업위원회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제로화를 위한 재생원료 의무화제도를 도입하고 이런 규제가 새로운 시장질서로 구축되고 있는만큼 국내에서도 재활용 의무화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따른 대기업의 공격적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기존 재활용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대중소 기업간 상생협력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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