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도시, 국제기구 및 학계 '도시 넷제로' 논의
'기후위기'의 시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70% 이상이 도시에서 배출되는 것. 이에 기후위기 해소를 위해 도시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과 국제기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탄소중립을 위해 도시들이 해야할 역할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서울특별시는 이클레이(ICLEI), C40, 글로벌 시장협약(GCoM)과 공동으로 26~27일 양일간 서울 DDP화상스튜디오에서 온라인으로 '2021 기후변화대응 세계도시 시장포럼'을 진행했다. 이 포럼은 2016년부터 서울시가 이클레이, 세계기후변화시장협약 및 기타 세계도시 네트워크와 함께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 포럼은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26일 오후 3시 개막인사를 통해 "지금 인류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당면해 있다"며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고, 탄소중립은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의무의 영역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서울시의 활동을 소개했다.
서울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의 약 94%를 차지하는 건물·수송·폐기물 부문의 선제적 감축을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이 포럼을 통해 C40, 이클레이(ICLEI), 글로벌기후변화시장협약(GCoM) 등 여러 도시네트워크와 함께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도시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 주요 도시 '넷제로' 목표···시민사회 동반 노력필요
포럼 첫날인 26일, 닉 메타(Nik Mehta)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는 'COP26과 도시의 역할 소개'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노 반 베긴(Gino Van Begin) 이클레이 사무총장 주재로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장, 이재준 고양시장, 로버트 콕(Rovert Kok) 시드니(호주) 시의원, 마틴스 스타키스(Martins Stakis) 리가(라트비아) 시장 등이 패널로 참가했다.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장은 "이클레이 한국사무소는 올해 레이스투제로 참여 독려 지방정부 릴레이 캠페인을 실시, 현재 지콤(GCoM) 21곳, 레이스투제로 20곳, 동시 참여 18곳이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지콤은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협약, 레이스투제로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콕 의원은 "시드니는 2007년 호주 처음으로 기후중립 도시가 됐다"며 "현재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주나 아파트, 관광지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장기적인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지역사회와의 협업 및 엄격한 모니터링으로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도시 탄소배출 주범 '빌딩'···기술과 규제강화
행사 둘째날인 27일은 오전 9시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순환행동을 통한 배출 감축' '탄소중립 문화 확산' '교통부문의 탄소중립 전략' '기후금융과 지속가능한 미래' 등 5개 세션이 잇달아 열렸다.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조이 에스더 가이(Joy Esther Gai) 세계그린빌딩협의회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좌장을 맡았다. 웡캄싱(Wong Kam Sing) 홍콩 환경국 국장, 케이티 버그펠드(Katie Bergfeld) 워싱턴DC 에너지환경부 과장, 로스 맥위니(Ross Macwhinney) 뉴욕시장실 기후·지속가능성국 수석고문, 도쿄도 기후에너지과의 히가시가와 나오부미(Higashikawa Naobumi) 등이 발표·토론자로 참석했다.
맥위니 수석고문은 뉴욕시의 '기후활성화법'을 소개했다. 뉴욕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40%, 2050년까지 80% 감축한다는 목표로 2019년 이 법을 제정했다. 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2만6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연간 입원건수 150건과 50~60명의 사망 예방 효과 등을 기대했다. 법은 건물 옥상에 정원이나 태양광 설치,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출 프로그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미흡시 제재 등을 담고 있다.
탄소배출량의 70%가 빌딩에서 발생하는 도쿄는 도시 차원에서 에너지 관련된 이산화탄소를 제한하는 세계 최초 사례인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탄소배출량이 23% 줄었다. 히가시가와는 이 수치에 대해 목표를 달성한 건물이 21%에 그쳤음에도 달성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는 2032년까지 에너지 사용량 50% 감축, 새로운 넷제로 빌딩,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그펠드 과장은 "워싱턴도 온실가스의 74%가 건물에서 배출된다"며 "2026년까지 넷제로에너지 건축법을 채택해 새로 짓는 빌딩에 적용하고, 기존 빌딩에는 에너지 성능 표준을 만들어 성능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205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홍콩기후 행동계획 2050'을 발표했다. 계획엔 넷제로 전력 생산, 에너지 절약 및 그린 빌딩, 그린 교통, 폐기물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를 담았다.
◇ "선보다는 원"···'순환행동'이 지구 살린다
'순환행동을 통한 배출 감축' 세션은 이클레이 동아시아본부의 만 치 멀린 라오(Man Chi Merlin Lao)가 좌장을 맡고, 미나 아르베(Minna Arve) 투르크(핀란드) 시장, 로스킬데 지자체(덴마크)의 클라우스 켈러만(Klaus Kellermann), 옌후이 리(Yen Hui Lee) 신주시(대만) 시의원, 이주은 알맹상점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덴마크 로스킬데 지자체의 켈러만은 "공공 건축업자는 순환적 건축뿐만 아니라 건물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순환적 건축은 탄소배출 저감과 더불어 원자재 감축을 가능하게 해 줄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알맹상점을 운영하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주은 대표는 "캠페인을 하면서 플라스틱없이 장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공산품류의 쓰레기들을 줄이기는 어려웠다"며 "그래서 리필숍을 운영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받으며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며 정책적인 혹은 기업에게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들을 회수 또는 변화시키는 참여의 장을 열고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복합재질 사용 제한 등의 규제가 미흡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 "일상의 변화, 그리고 행동이 기후위기 해결"
'탄소중립 문화 확산' 세션은 제임스 후퍼(James Hooper)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울런공 대학교 박사가 좌장을 맡아, 기후변화 해결의 책임을 개인들의 문제로 몰아가는 현 상황에 대해 짚어봤다. 박미현 터치포굿 CEO,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 하유 수실로 프라보오(Hayu SuSilo Prabowo) 인도네시아 이슬람 학자회의 환경 및 천연자원위원회 의장, 아부버커 라키에브(Aboobucker Rakeeb) 칼무나이(스리랑카) 시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좌장인 후퍼 박사는 탄소중립을 위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4가지 영역으로 설명했다. 그는 "돈을 투자할 때, 구직할 때, 소비할 때, 투표할 때마다 해당 기업이나 금융상품, 후보자가 탄소중립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현정 상임활동가는 "분리수거를 잘해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시대는 끝"이라며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일상에서 변화를 말해야 변화할 수 있다"며 투표 등을 통한 참여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고, 탈 내연기관車 확대
교통부문에서의 탄소배출 감축을 다룰 '교통부문의 탄소중립 전략' 세션은 이클레이 세계본부의 투 마이 트란(Tu My Tran)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서철모 화성시장, 시아프린 리푸토(Syafrin Liputo) 자카르타(인도네시아) 교통국장, 호안 M 비가스(Joan M Bigas) 바르셀로나(스페인) 지속가능성국 국장 등이 참여했다.
첫 발표를 맡은 서 시장은 "자가용 중심의 도시개발을 멈추고 대중교통 지향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화성은 2030년까지 전 시민 무상교통 지원으로 대중교통 이용 높이고 수소차 지원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1952년 스모그로 4000명 이상 사망자가 났던 런던은 대기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엘리엇 트레하르네(Elliot Treharne) 런던 환경에너지국 디렉터는 "대중교통 탄소배출량 제로가 목표"라며 "2018년에는 2층버스만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 도입됐는데, 현재 단층버스에도 도입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젤 택시는 2018년부터 라이센스 제공을 중단했고, 초저공해구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속가능 미래 위한 자본과 노하우 '기후금융'
마지막 세션인 '기후금융과 지속가능한 미래'에서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Maria Castillo Fernandez) 주한 EU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엔리케 레볼레도(Enrique Rebolledo) GCoM 기후금융 전문가가 좌장을 맡았다. 체 느가 마하디(Che Ngah Mahadi) 쿠알라룸프르(말레이시아) 시장, 아야츠 레이자크 조르디(Ayats Reixach Jordi) 유로페이스재단 이사장, 저먼 벨라스케스(German VelasQuez) 녹색기후기금 책임자, 슈레이어 줄리오(Schreier Julio) 유럽투자은행 수석부서기후고문, 앤드류 R 디콘(Andrew R Deacon)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한국과 유럽은 그린 투자를 활용하는 계획 수립을 통해 1조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지속가능 솔루션 개발에 쓸 예정"이라며 "지속가능 금융을 확대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줄리오 고문은 유럽투자은행의 기후지원사업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국가들의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며 "단순히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준비과정부터 기획단계, 전략 수립을 위한 역량 구축도 지원한다"고 금융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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