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이 무슨 소용인가요" 말라가는 전기차 보조금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21 10:32:31
  • -
  • +
  • 인쇄
서울시, 2534대 중 1834대 접수
수원·하남·시흥시 공고 물량 초과
▲현대차의 '아이오닉5'(위), 기아차의 'EV6'(아래)

"아이오닉5 포기할게요."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절반 가까이 소진돼 올 하반기에 전기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처지다.

올초부터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는 사전예약 첫날 2만3760대가 팔렸다. 기아차의 'EV6'도 사전예약 첫날 2만1016대가 계약됐다. 4만5000여대에 달한다. 사전계약 대수가 정부 보조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이 차량들이 하반기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친 금액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 1900만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전기차 보조금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일 기준 서울시는 공고물량(우선순위, 법인·기관 물량 제외) 2534대 중 1834대가 접수됐다. 72%에 해당한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시의 전기차 보조금은 상반기에 모두 소진된다. 세종시는 150대 중 132대가 접수됐고, 수원·하남·시흥시는 이미 공고 물량(각각 190대, 94대, 50대)이 초과된 222대, 135대, 76대가 접수됐다. 초과신청시 대기자로 관리된다.


◇ 현대-기아차, 생산차질...테슬라 보조금 싹쓸이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장씨는 올 3월 기아차의 전기차 'EV6' 사전예약 했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장 씨는 "전기차 보조금이 많이 소진돼 하반기에는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만약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EV6가 아닌 다른 차를 살 예정"이라고 불만 섞인 이야기를 전했다.

현대차는 올 3월 노사간 양산 협의가 지연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와 전기차용 모터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기차 생산이 지연됐다. 소비자들은 사전예약만 해놓은 채 하염없이 차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전기차 보조금을 테슬라가 쓸어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한정돼 있고 선착순으로 지급된다. 테슬라가 보조금을 많이 받아 갈수록 현대차와 기아차가 받는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6220대의 전기차(승용차 기준)가 팔렸는데 그 중 테슬라의 판매량은 절반이 넘는 3231대였다. 현대차(985대)와 기아차(900대)를 합친 것보다 많다. 테슬라는 남은 보조금마저 확보하기 위해 아이오닉5·EV6의 경쟁모델인 모델3·모델Y 약 1만대를 최근 국내로 들여왔다.

이같은 상황에 현대차와 기아차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 현대차, 출고일 앞당기려 안간힘

아이오닉5는 4만3000여대가량이 사전계약됐지만 현재까지 출고된 물량은 2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아이오닉5 출고가 지연되자 고객들에게 일부 선택사양을 적용하지 않으면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 후석 승객 알림 등을 포함한 기존 '컴포트 플러스' 옵션에서 후석 승객 알림 사양을 제외하고 가격을 5만원 낮춘 '컴포트 플러스 Ⅱ' 옵션을 새롭게 구성했다. 출고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또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포함한 '파킹 어시스트'와 '프레스티지 초이스' 옵션, 4륜구동(4WD) 옵션,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궁여지책에도 보조금이 소진되기전까지 사전계약 물량을 모두 출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 지자체, 바닥난 보조금 추가 확보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환경부와 지자체는 전기차 보조금 추가 확보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6월부터 추경을 통해 지자체 보조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부산은 오는 7월 추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외에 인천·광주·대전 등은 이미 추가 보조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선착순 지급 등 현행 보조금 집행방식을 모니터링하면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