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소음공해가 나무의 파종과 발아에 영향을 미쳐 식물 군락 조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생물학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소음공해는 생물종들의 행동과 분포에 영향을 미쳐 식물 생태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남서부 방울뱀 협곡의 천연가스정(井) 압축기 주변에서 실시된 이번 조사는 '피뇬 소나무'와 '유타 향나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압축기는 100데시벨(dB)의 소음을 지속적으로 생성했다. 논문의 주요저자 제니퍼 필립스 박사는 이같은 소음이 "헤비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의 콘서트나 기차가 지나갈 때 기찻길 바로 옆에 서 있을 때의 소음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피뇬 소나무와 유타 향나무 두 수종의 경우 모두 소음에 노출되지 않은 지역에서 더 많은 묘목이 자라났다. 다만 유타 향나무가 피뇬 소나무보다 더 많이 발아하면서 두 수종의 발아 비율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씨앗을 퍼뜨리는 동물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봤다.
'우드하우스 스크럽 제이'(Woodhouse's scrub-jay·어치의 일종)는 피뇬 소나무 씨앗을 먹거나 나중을 위해 땅 속에 묻어둔다. 그리고 몇몇 씨앗에 대해 잊어버리면 그 덕에 숲이 재생된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우드하우스 스크럽 제이는 똑똑한 편이다. 이 새는 '일화 기억'이 가능해 부정적인 경험들을 머릿속에 되새길 수 있다. 일례로 수년전 특정 장소를 찾았다가 그곳이 소란스러웠다면 그 사실을 기억하고 더는 그 장소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유타 향나무는 우드하우스 스크럽 제이만큼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다른 포유류나 새들에 의해 파종돼 피뇬 소나무보다 더 많은 묘목들이 자라났다. 논문의 공동저자 사라 테르몬트는 "새 한 마리가 특정 장소에 씨앗을 뿌리지 않아 그 나무가 자라지 않게 되면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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