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배터리로 '극한대립'한 LG·SK, 왜 갑자기 합의했을까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1 11:23:20
  • -
  • +
  • 인쇄
바이든 행정부의 합의 압박·분쟁 지속에 대한 부담 등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 차질없이 진행
▲LG와 SK 사옥.(사진=연합뉴스)
LG와 SK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2년간 미국에서 법적 분쟁을 벌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던 양사의 전격적인 합의는 한미 정부의 요청과 지속되는 법적 분쟁에 대한 양사의 부담 가중 등이 배경으로 보인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양사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마쳤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SK가 약 2조원 정도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분쟁을 끝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도 "양사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합의안을 이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막판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양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 이후에도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달 초에도 양사 최고위급 경영진이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금을 둘러싸고 LG(약 3조원)와 SK(약 1조원)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뒤엎고 빠르게 합의가 이뤄진 것은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보다 양사의 합의를 통한 원할한 해결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확대 정책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ITC 결정에 따라 SK가 미국 내 사업을 못하게 될 경우 대대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정부는 배터리 수급난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SK도 ITC의 결정 이후 미국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유럽으로 옮기는 걸 고려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배터리 공급망이 취약한 미국 완성차 업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SK를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주지사는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쓰라고 세번이나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는 ITC 소송에서 승리한 LG를 외면하고 SK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양사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어느쪽이든 미국 전기차 업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미국 정부에서도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양사가 원만하게 합의하는 그림이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라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LG와 SK 입장에서도 분쟁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SK가 미국 사업을 철수할 경우 거래를 하고 있던 완성차 업체들에 막대한 위약금을 줘야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전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조치도 사라진다. 즉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뜻이다.

LG 역시 회사의 역량을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송에 얽매이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SK가 철수하면서 생기는 시장이 LG의 몫이 될 거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소송 비용도 부담이다. 2019년 4월 첫 소송 제기 이후 2년 동안 양사가 지출한 소송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거부권 행사가 무산되고 SK가 항소까지 진행된다면 비용과 기간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 지속된 분쟁으로 인한 양사의 이미지 악화, 그리고 호시탐탐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지적 등도 부담이 됐다.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빨리 해결하시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합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전북도, 다회용기 민간사업자 모집

전북특별자치도가 '2026 다회용기 사용 촉진 지원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를 오는 12월 24일까지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이는 자원 순환을 목표로 도

삼성중공업,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유기랭킨사이클(ORC:Organic Rankine Cycle) 기반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쿠팡 '못난이 채소' 새벽배송 3년...직매입 물량 8000톤 돌파

쿠팡은 최근 3년간 전국 농가에서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선보인 '못난이 채소' 누적 규모가 8000톤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3년부터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기후/환경

+

한국 '탈석탄동맹' PPCA 합류...호주 에너지전환까지 촉진?

한국이 '국제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가입함으로써 호주의 화석연료 산업을 쪼그러뜨리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전기차 충전시설, 28일부터 지자체 신고·책임보험 의무화

이달 28일부터 건축물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COP30] 교황의 묵직한 경고..."기후위기 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교황 레오 14세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앞으로 '1000년'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산업화 이후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 1000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현지시간) 21세기 호주 연방산업연구기구(CSIRO)

[COP30] "이건 생존이다!"…기후 취약국들 COP30에서 '절규'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라며 선진국의 실질적 감축과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

지역마다 제각각 풍력·태양광 '이격거리'...기후부, 규제 합리화 추진

지역마다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