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유가증권시장)가 지난 7일 '3000'을 뚫고 상승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어,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상승여력이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는 반면 한국은행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다소 보수적인 진단을 했다.
지난 14일 코스피 3000 돌파를 기념해 열린 자본시장 CEO 좌담회에서 박태진 JP모건증권 대표는 "K방역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줘 한국 주식시장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흥시장 자금 유입은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도 "최근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증시 과열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다르게 본다"며 "우리 주식시장이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사업에 적합하도록 자본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시장 발전은 기업 성장에 필요하며 주식시장의 성장은 투자자들에게 이익으로 온다"고 덧붙였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실물 시장 가격이 낮지 않은데 유독 주식만 여러 디스카운트 요인 때문에 저평가됐다"며 "버블이라는 근거를 지수가 1년동안 얼마나 상승했는지로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1989년 1000포인트, 2007년 2000포인트 이후 14년 만에 3000포인트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주가 동향과 지표를 봤을 때 최근의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발생,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차질 등 충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특히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 확대는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들어 10여일만에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개인 자금은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개인 전체 자금의 약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4일~13일까지 8거래일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10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에만 8조7000억원을 쏟아부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2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금융자산이 저금리를 못 이겨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금융자산 4325조원 중 주식이 852조원이고 이자도 안주는 예금이 1931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증시로 들어오는 돈의 성격에는 저금리로 인한 구조적 요인과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집을 사기 어렵고 빚을 내기 힘드니 주식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 가계소득이 정체하는 원인은 자영업 부진과 저금리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라며 "주식투자는 자산 증식을 위해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3년 연속 하락은 외환위기 때인 1995∼1997년이 유일하고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2년 연속 하락도 없었다"며 "생각보다는 시간을 두고 투자하면 우여곡절이 있어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은 "코스피가 3000이 된 요인에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각국 정책,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및 성장 동력 확보와 더불어 '동학개미 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자금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14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현재 펀드를 제외한 주식 투자를 하는지 물은 결과 29%가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조사당시의 비율 21%보다 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젊은층의 유입이 특히 강했다. 30대와 40대가 각각 38%, 50대 33%였고, 20대의 경우 5개월전 12%에서 27%로 15%포인트 급증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의 69%는 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손해를 봤다는 응답자 비율은 14%에 그쳤다. 갤럽은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여섯 차례 조사에서 매번 '손해를 봤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이익을 봤다'는 답변이 50%를 차지했고 이번에는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들은 향후 1년간 국내 주가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41%가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내릴 것이라는 답변은 25%에 머물렀다.
한편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 때와 마찬가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회복 흐름이 약해졌고,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각국 정책대응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진엽 기자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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