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도 못하는 코팅폐지들 '수첩'으로 재탄생하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0-12-21 17: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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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희 스페이스브리즈 대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미래"
비닐로 코팅돼 있어서 재활용할 수 없는 전단지나 안내지, 엽서 등을 모아 예쁜 수첩을 만드는 곳이 있다. 사실 일반 종이로 수첩을 만드는 것보다 코팅된 폐지를 재가공해서 수첩을 만드는 비용이 더 비싸다. 그런데도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은 바로 '스페이스브리즈'의 전미희 대표.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만난 전미희 대표는 제작비용을 묻자 "폐지를 가공해서 수첩을 만드는 게 비용이 더 많이 들긴 하죠"라며 "그러나 환경이 파괴돼 더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되면 수익성이 무슨 의미겠어요?"라고 반문한다.

사실 전 대표가 처음부터 폐지 재활용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 대표는 "2019년 5월 호주에서 돌아와 '스페이스브리즈' 스튜디오를 세웠다"며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쌓이는 인쇄물이나 편집물을 보면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 업사이클 문구제품 만들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전시회나 관광지의 브로슈어, 패키지, 엽서 등 폐지로 쉽게 버려지는 종이 중에는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폐지로도 팔 수 없는 이런 인쇄물들을 모아 소품과 문구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전 대표는 "직접 만든 재활용 소품이나 문구류를 스튜디오 방문객들에게 팔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전 대표는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스튜디오도 알리자는 차원에서 '커먼 페이퍼 프로젝트'(common paper project)를 시작했다고. 그는 내친 김에 이 프로젝트를 업사이클 문구류의 브랜드로 키워볼 생각이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common paper project'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이스브리즈에서 폐지를 모아 만든 수첩


우리나라에서 한해 소비되는 종이는 약 800만톤. 30년 자란 나무 1억그루가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종이는 나무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흔히 친환경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이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과정은 비닐보다 더 많은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을 발생시킨다. 종이봉지를 세번 재활용하는 것과 비닐봉지를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같다고 한다.

전 대표는 "종이 사용량을 줄이려면 먼저 종이 영수증부터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영수증 발급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1079톤에 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641톤에 이른다. 20년산 소나무 94만3119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는 양이다. 그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시스템이 충돌없이 쓰일 수 있는 부분통합이 필요하다"며 "간편결제시스템 이용량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면 전자영수증 발행을 통해 종이 영수증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현재 'breeze to breeze'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버려지는 몰탈(시멘트, 콘트리트원료)을 사용해 발향체를 만들고, 발향체 안에 담길 디퓨저 용액을 연구하고 있다. 'breeze to breeze'의 발향체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전 대표는 "앞으로의 디자인은 지속가능성과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수"라며 "그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책임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어떻게 버려지고 어떻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환경과 자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자연과 환경, 기후변화 등의 이슈는 거창한 목표나 사명감이 있어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나날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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