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불길에 '사상자 74명'...대전 공장, 무엇이 화마를 키웠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3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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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지붕이 무너져 내려버린 대전 안전공업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전에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는 내부구조를 무단으로 변경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경찰과 노동 당국은 23일 화재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에 대해 합동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60명의 수사관들은 평소 소방 안전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관련자료를 압수해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사망자가 9명이 발견된 헬스장(탈의실)과 관련해, 도면에도 없는 무단 구조 변경이 이뤄진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 참사는 화재에 대한 대응관리가 미흡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컸다. 공장에는 도면에도 없는 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9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한 2층 헬스장이었다.

이 공간은 당초 휴게실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공장의 층고가 5.5m로 높다보니 임의로 복층으로 공간을 조성하고, 헬스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공간의 구조가 복잡해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이 대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화재가 발생하던 직후부터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화재가 발생했고, 소방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 14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당시 공장 근무자는 170명인데 화재 발생 1시간 사이에 50명이 다쳤고 14명이 연락두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락두절됐던 14명이 모두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피해자가 74명으로 늘어났다.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사진=연합뉴스)

짧은 시간에 화재가 급속히 번졌던 원인은 공장 내부 절삭유와 기름때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장 내부에 가득했던 이 인화성 물질들이 불을 순식간에 번지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시커먼 화염이 계단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당시 헬스장과 붙어있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직원들이 출구를 찾지 못해 화를 당한 것이다. 불이 나자 창문으로 뛰어내리다가 다친 사람도 많았다. 

소방당국은 화재로 인해 건물의 붕괴 위험으로 불이 꺼진 오후 10시 50분쯤에야 내부 수색을 할 수 있었다. 내부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지 1시간여만에 2층 휴게실 복층공간에서 9명의 희생자들을 발견했다. 이튿날 나머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탐지견을 투입한 끝에 이날 오후 4명의 실종자를 모두 발견했다. 화재 발생 28시간만이었다. 

대전 안전공업 노동조합은 "그동안 사측에 산업안전보건회의나 실무회의를 통해 환경시설과 집진시설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 개선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경영상 이유로 묵살당했다"며 "이번 화재는 인재"라고 주장했다. 작업장에 절삭유가 증기 형태로 가득 퍼져있어서 환기와 설비 개선을 계속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원 대상 화재 안전교육이나 대피훈련 등도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증거자료를 토대로 안전조치 의무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밝히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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