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한 농도의 농약이라도 '물고기 수명 갉아먹는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6 16: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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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안전기준치보다 낮은 농도의 농약이라도 이에 장기간 노출된 물고기는 수명이 눈에 띄게 단축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생물학자 제이슨 로어 교수연구팀은 저농도 농약이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 물고기들의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지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을 염색체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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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기존 화학물질 규제가 주로 단기간의 고농도 독성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낮은 농도의 농약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이 농업용 살충제인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가 지속적으로 검출된 중국을 호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 약 2만마리는 텔로미어(telomere)가 현저히 짧아진 상태였다.

염색체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반복될수록 길이가 짧아지는 특성을 지녔다. 이 때문에 세포 노화와 재생능력 저하의 지표로 활용돼 '세포의 생물학적 시계'로도 불린다. 클로르피리포스는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사용이 금지됐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농약의 일종이다.

특히 농약에 오염된 호수의 물고기들은 젊은 개체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노령 개체가 오래 생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물고기의 간 조직에는 리포푸신(lipofuscin)이 축적돼 있었다. 리포푸신은 세포 내에 쌓이는 불용성 단백질 찌꺼기로, 흔히 '세포 쓰레기'로도 불린다.

실험실 연구에서도 저농도의 농약에 장기간 노출된 물고기들은 생존율이 감소하고 텔로미어가 손상됐다. 단기간 고농도 노출에서는 이러한 노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급성 독성은 곧바로 폐사를 유발하지만, 만성 저농도 노출은 조용히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긴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물고기 수명 감소가 단순 개체 문제를 넘어 생태계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고령의 물고기는 번식 기여도가 높고, 유전적 다양성과 개체군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척추동물 전반에서 텔로미어 생물학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인간 역시 장기간 저농도 농약 노출로 노화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논문은 "만성적 저농도 화학물질 노출이 노화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더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노화 효과가 미국의 현행 담수 수질 안전기준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관찰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기존 화학물질 안전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어 교수는 "화학물질이 즉각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며 "저농도 노출은 눈에 띄지 않게 손상을 축적시켜 생물의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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