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원이 되는 '폐비닐'...수거에서 열분해유가 되기까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1 15: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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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이 매일 버리는 비닐쓰레기는 약 730톤. 이 가운데 45%에 달하는 328톤 정도가 분리배출 과정을 거쳐 재활용센터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곳에 수거된 대부분의 비닐쓰레기는 연료로 태워진다. 폐비닐을 다시 비닐이나 원유 등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이에 서울시는 폐비닐을 고품질 자원으로 다시 되돌리기 위해 폐비닐 전용봉투를 나눠주면서 '폐비닐 자원화'를 지난해 8월부터 시작했다. 투명페트병을 별도로 수거해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드는 것처럼, 폐비닐도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매장단위로 폐비닐 별도수거를 시작하다가, 올해 10월부터 프랜차이즈 5곳과 협약을 맺으며 참여범위를 넓혔다. 참여한 프랜차이즈는 김가네, 롯데리아, 버거킹, 배스킨라빈스, 땅스부대찌개다. 서울시는 협약을 맺은 가맹점에 투명페트병 수거봉투처럼 20L, 30L, 50L, 70L 단위의 비닐 전용수거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봉투를 10장 구매하면 3장을 덤으로 준다.

이에 뉴스트리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폐비닐 자원화' 현장을 따라가봤다. 수거된 폐비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자원화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비닐전용 수거봉투' 수거현장 따라가보니···

오후 9시. 서울시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재활용과 종량제봉투, 종이를 수거하는 차량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업자들은 수거차량 뒤를 따라 걸으며 10~20m 간격으로 길가에 놓여있는 쓰레기 무더기를 뒤적이며 봉투를 선별해서 차에 실었다. 더미 속에 폐비닐 전용봉투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수거차량 작업자들은 "보통 오후 7시부터 수거작업을 시작하지만 거주자 생활환경에 맞춰 수거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면서 "관광지나 민원이 많은 지역은 더 늦은 시간에 수거를 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거를 시작하면 대략 6~7시간은 꼬박 매달려야 한다고.

취재진은 재활용 폐기물만 수거하는 차량을 천천히 따라가며 작업자들이 수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비닐과 플라스틱을 별도로 배출해야 하는데 마구 뒤섞어서 하나의 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면 수거하지 않았다. 대신 혼합배출한 봉투에 노란색 '계고장'을 붙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렇게 뒤섞어서 배출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을 계고장을 통해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은 한달에 약 1700~1800톤의 폐기물이 수거된다고 했다. 폐비닐을 전용봉투에 별도로 분리배출하게 한 이후로 지난해 폐비닐 수거량이 이전보다 77톤 늘었다고 한다. 비닐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폐비닐은 주로 카페가 밀집한 상업구역에서 많이 배출된다"며 "전용봉투 사업 시행 이후 폐비닐 수거량이 엄청나게 들었다"고 강조했다. 수거위탁업체인 수도환경 박성구 관리부장은 "분리수거는 재활용률 증대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며 "폐비닐 종량제 도입을 통해 비닐의 수거율 및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거된 폐비닐은 서소문동에 있는 중간선별장을 재질별로 나뉘어 각가 다른 처리업체로 보내진다. 폐비닐은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열분해유 공장으로 보내는데, 본지가 이 공장에서 재활용되는 현장을 지켜봤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거리에서 작업자들이 재활용 비닐을 수거하고 있다. ©newstree

◇ 열분해유로 만들어지는 폐비닐

폐비닐은 품질에 따라 물리적 재활용 혹은 화학적 재활용(열분해유)을 거치거나, 연료로 사용된다. 열분해유는 색과 재질이 균일하지 않는 중단단계의 폐비닐을 이용해 만든다.

취재진이 찾아간 경기도 연천의 '이앤씨 연천' 공장이 바로 폐비닐로 열분해유를 만드는 곳이었다. 이 공장은 중간선별장에서 가져온 폐비닐을 녹여 물과 기름, 가스로 분리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비닐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공장 왼쪽에는 철제로 만든 커다란 통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공장 내부는 상당히 깨끗했다. 가장 안쪽에 거대한 원통이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 설치된 파이프에서 쉴새없이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추출된 기름은 국내 정유사나 석유화학사에 납품되고, 가스는 공장을 가동하는 연료로 활용한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이한용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폐비닐을 열분해하면 50~60%가 기름으로 추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식이나 폭발 위험이 있는 중국산 설비를 사용하는 업체들과 달리, 우리는 부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인 염소(CL), 황 등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깨끗한 기름만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6가지 물질을 혼합한 업계 유일의 촉매로 기름의 이물질을 제거해 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며 SK의 납품기준은 염소 농도 250ppm 미만인데, 이곳에서 생산한 기름은 이 기준을 만족한다"고 자랑했다.

또 공정 전체가 밀폐돼 있어 기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도 유발하지 않는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공장에 있는 유일한 굴뚝에서는 하얀 수증기만 연신 뿜어져 나왔다. 다만 생산과정에서 차르, 폐수 등이 발생하는데 이는 전문업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열분해유는 설비 1기당 하루 10톤이다. 설비 2기에서 생산하는 열분해유는 연간 3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한용 대표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소재만 열분해유로 재활용한다"면서 "병뚜껑 등으로 많이 쓰이는 폴리에틸렌, 나일론, 페트(PET), 폴리염화비닐(PVC) 등은 가스관 막힘을 유발해서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간선별장에서 폐비닐 소재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채 실려온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기름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가 섞여들어온다"면서 "이로 인해 기름 수율이 70~80%에서 50% 이하로 떨어지고,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재별로 분리수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열분해유 공장은 대부분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폐비닐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는데 대부분의 국내 공장들이 2~6기의 설비를 갖춘 영세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복되는 규제가 있고 지원금 분배 방식도 공정하지 않는 등 제도적 기반 빈약하다"며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기업의 열분해유 시장 진입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열분해유 수요처가 늘어나도록 시장을 여는 데에는 정부 역할이 크다"고도 강조했다.

▲열분해유 생산업체 '이앤씨 연천' ©news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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