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값 또 폭등?...잦은 비에 배추농사 무너졌다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7 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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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배추생산자협회가 지난 22일 배추 무름병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해남군농민회)


올가을에도 잦은 비로 인해 배추 작황이 나빠지면서 김장배추 가격이 치솟을 조짐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상이 평년보다 더 나빠 배추 수확이 지난해보다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며 "배추는 9월이 생육의 핵심, 10월이 수확기이기 때문에 이 시점의 기상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10월 잦은 강우로 배추밭 과습이 이어지며 병해 발생이 늘고 있다"며 배수로 등을 정비해 물빠짐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올 10월에는 유독 비가 자주 내렸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전라남도 해남의 올 9~10월 강수량은 297.7㎜로, 지난해 같은시기 454.9㎜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배추 작황은 더 나빠졌다. 그 이유는 땅이 마를 사이도 없이 비가 내린 일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 9~10월 해남의 강수일수는 29일로 최근 6년 사이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기간 강수일수는 21일에 불과했다. 비가 내린 빈도가 2배 가까이 늘었다.

배추는 9월 생육기와 10월 수확기를 거치며 결구(배추의 속이 차는 시기)가 형성된다. 이 시기에 잦은 비는 밭을 포화 상태로 만들어 배추의 뿌리 호흡을 막고, 배추 내부에 수분을 과도하게 축적시켜 무름병(연부병) 발생을 촉진시킨다. 무름병은 잎과 뿌리가 썩어 물러지는 세균성 병으로, 수확 직전까지 진행돼 피해를 막기 어렵다.

올해는 배추 수확기인 10월초부터 중순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리면서 배추 주산지인 해남뿐 아니라 강원도 평창, 충북 제천 등 주요 산지마다 무름병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전국배추생산자협회는 지난 2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10월 잦은 비로 밭이 진흙탕이 돼 트랙터도 들어가지 못했다"며 "결구기에 비가 이어지면서 병해와 도복 피해가 속출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주요 산지의 출하량이 평년 대비 30~4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배추가격 급등은 잦은 비로 인한 생산 차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해남의 최근 6년간 9~10월 강수량과 강수일수 ©newstree


올해는 유독 배추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8월에도 배추 한포기가 7000원까지 올랐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이상기후가 가격을 폭등시킨 것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와 양배추까지 일제히 상승했다. 당시 정부는 배추값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는가 하면 고랭지 배추 출하를 서둘러 소매가를 안정시켰다. 

그런데 김장 수요가 폭증하는 가을배추마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도 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가 9월 폭우로 인해 재배면적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뛰었다. 9월 배추 생육기에 폭우로 많은 배추밭이 침수된 탓이다. 당시에는 중국산 배추 수입과 고랭지 배추 출하를 통해 가격안정을 꾀했지만 올해는 10월 수확기에 잦은 비로 무름병이 발생해 지난해보다 시장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강우로 인해 김장배추 가격이 폭등했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최근들어 하나의 요인이 아닌 전체적인 기상 여건이 변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가을철 잦은 비와 낮은 일조량이 배추 생육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2년 연속 가을 강수일수가 급증한 것은 이상기후로 인한 대기 정체와 저기압 빈도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폭우보다 잦은 비, 가뭄보다 불규칙한 날씨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후의 일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 배추농사를 무너뜨린 것은 밭이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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