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남조류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대 해양학부 프랑수아 리발레 교수팀은 10년간 전세계 바다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28℃를 초과하면 '프로클로로코쿠스'의 분열속도가 급격히 줄어 최악의 경우에 51%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발레 교수는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이 남조류의 서식지는 바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아열대와 열대 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플랑크톤으로 통칭되는 '프로클로로코쿠스'는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지구에서 가장 작은 단세포 광합성 생물이자, 산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작지만 바다와 육지 전체 광합성의 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생산되는 산소의 약 20%를 만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전 연구에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프로클로로코쿠스'의 서식지는 북극권으로 넓어져 더 번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실상 실험실 데이터에 기반한 것일뿐이라고 연구팀은 일갈했다.
연구팀은 실제 바다에서 이 미생물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90회에 걸친 연구선박 운항을 통해 태평양 등 전세계 바다를 20만㎞ 이상 항해하면서 바닷물 표본을 채취했다.
연구팀은 2개의 기후시나리오에서 표본의 프로클로로코쿠스 성장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프로클로로코쿠스는 평균 해수면 온도가 1.9℃ 상승하는 기후시나리오 'RCP 4.5'와 해수면 온도가 3.8℃ 상승하는 'RCP 8.5'에서 모두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높은 온도에서도 프로클로로코쿠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이전 연구에서 나온 예측과 전혀 상반된 결과다.
게다가 두 기후시나리오 모두 2100년 해수면 온도가 30℃까지 상승하는 열대·아열대 해역에서 프로클로로코쿠스 개체가 현재보다 17~51% 감소할 것으로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고위도 해역으로 확장되더라도 개체수는 지금보다 10~3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리발레 교수는 "과학자들은 그동안 열대 해양의 식량 절반을 책임지는 프로클로로코쿠스가 고온에도 잘 견뎌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프로클로로코쿠스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 9월 8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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