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없는 국경에 장벽 세우는 美...야생동물 이동 막기용?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1 10: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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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설치된 9m 높이의 국경장벽에 가로막힌 검은곰 (사진=스카이섬연합)


트럼프 행정부가 애리조나주 남부 국경에 세우려는 장벽이 미국 남서부에서 가장 중요한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막아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보전단체 생물다양성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국경장벽을 세우는 구간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 가운데 야생동물 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사슴·검은곰·산사자 등 20종이 넘는 야생동물들이 이 구간에서 자주 왕래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재규어도 이 구간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장벽이 세워지면 동물 이동이 차단되고, 보호구역이 훼손된다"며 "생태적 연결망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 생태학자 헤라르도 세바요스 박사도 "이 지역과 다른 몇몇 장벽이 완공되면 미국에 재규어는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가슴 높이의 차량 차단 바와 철조망이 설치돼 있어 동물 이동에는 큰 제한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9m 높이의 철제 기둥을 더 촘촘하게 세워 장벽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비드 해서웨이 보안관은 "이 지역은 도로도 없고 감시탑도 설치돼 있어 밀입국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지만 미국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을 억제해야한다"며 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장벽이 단순히 동물 이동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먹이사슬 붕괴 등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 보전과학파트너스의 가네시 마린 박사는 "작은 먹잇감 동물들이 해당 지역을 회피하게 되고, 이는 포식자 분포와 식생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산라파엘밸리를 중심으로 동물 이동을 감시하는 환경단체 스카이섬연합의 에밀리 번스 국장은 "가뭄 시기일수록 동물들이 장거리 이동을 통해 생존 자원을 찾아야 하는데, 장벽은 이를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은 고도에 따라 생물군계가 급격히 바뀌는 지대로, 미국 내에서 조류·식물·포유류·파충류 다양성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환경단체와 원주민 커뮤니티는 장벽이 재규어 복원 가능성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자비에르지구의 오오담족 대표 오스틴 누녜즈는 "곰과 재규어는 우리 문화에서 신성시되는 존재다. 이곳에 장벽을 세우는 건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러스 맥스패든 활동가는 "재규어가 애리조나 남동부에 다시 정착하려면 이 통로가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센터와 환경보전단체 등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실제 불법 이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장벽 추진은 생태적·법적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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