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실증하는데 韓 계획도 없다...'철강 탈탄소' 격차 벌어진다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6 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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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제철 ©newstree

일본은 '철강 탈탄소' 실증에 돌입했는데 우리는 아직 계획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함께 자동차·건설 업계를 중심으로 저탄소 철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철강 산업의 전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2008년부터 일본제철을 중심으로 'COURSE 50' 프로젝트를 통해 고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수소로 환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던 일본은 최근 이 프로젝트를 '수퍼(Super) COURSE 50'로 고도화시켰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고도화 프로젝트는 수소환원제철의 실증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 실증단계를 거쳐 2030년쯤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이 이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가장 컸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약 10년간 총 150조엔(약 150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GX(그린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조엔을 철강과 화학과 같은 고탄소 배출업종에 투입하기로 했다. 재원은 'GX 경제이행채' 발행을 통해 마련해서 기업들의 탈탄소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전환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탈탄소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탈탄소 철강 프로젝트를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포스코가 2030년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를 계획하고 있는 정도다. 연구개발을 거쳐 실증단계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일본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2030년까지 실증을 완료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투자규모도 약 8300억원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일본 정부처럼 우리나라도 전환금융으로 관련기업들에게 재정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정부는 아직 전환금융에 대한 규모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것은 2035년까지 기후금융에 총 79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790조원에 전환금융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이 가운데 얼마를 전환금융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진 것이 없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420조원을 기후금융으로 투입하려다가 2035년까지 790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증가분 약 370조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후금융은 금융상품을 통해 공급되는 구조여서 사전에 규모를 정해두기 어렵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집행 계획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 탈탄소의 핵심인 수소환원제철 공정 전환에 대한 재원규모가 매우 중요한데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서 철강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8년 수소환원제철 실증설비를 도입해 2030년까지 상용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고, 향후 본격적인 수소환원제철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1%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공정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존 고로 공정에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연료로 사용했지만 수소환원제철 방식에서는 부생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자가발전 구조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은 전력의 90% 이상, 포항은 70% 이상을 자체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탄소 철강 생산을 위한 공정 전환에는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과 기술 그리고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현재 이 조건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 탈탄소 시대에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10억510만톤으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본은 8400만톤, 한국은 6350만톤을 생산했다. 앞으로 한중일 3국의 철강경쟁은 '저탄소 제품'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저탄소 철강 생산체계를 누가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최근 국제환경단체 스틸워치가 전세계 주요 철강사 18곳의 탈탄소 전환 수준을 평가한 '철강기업 스코어카드 2026'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글로벌 주요 철강사 가운데 최하위권에 포함돼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활용과 저탄소 공정 전환 항목에서 대부분 기업이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탈탄소 전환의 핵심 지표인 제선 공정 변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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