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곰팡이균이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기온이 오르면 균류의 일종인 누룩곰팡이속(아스페르길루스)이 북미,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지역으로 서식지를 확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누룩곰팡이속에 속하는 균은 전세계 토양에서 작은 실처럼 자라며 다른 균류와 마찬가지로 공기 중에 수많은 포자를 방출한다. 폐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 등이 이 포자를 흡입하면 폐에서 곰팡이균이 자라는 아스페르길루스증에 걸릴 수 있다. 인체 면역체계가 포자를 제거하지 못하면 곰팡이는 몸속에서 성장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사망률이 20%~40%로 매우 높다. 증상도 발열과 기침 등 여러 질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진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시판되는 항진균제는 4가지 계열뿐인 데 비해 진균성 병원균의 치료제 내성도 강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가령 열대기후를 선호하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는 지구온난화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확산 속도가 16% 증가해 북미, 중국 북부, 러시아 일부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은 인간에게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여러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 또 다양한 식량 작물을 감염시켜 식량 안보에도 잠재적 위협을 초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항진균제 내성 위험을 고려해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를 주요 곰팡이 병원균군에 추가했다.
온대기후를 선호하는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북쪽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확산 속도가 77.5% 증가해 유럽에서 900만명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포함한 일부 지역의 기온은 너무 높아져 누룩곰팡이균류가 더 이상 서식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곰팡이의 서식지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곰팡이의 온도 내성도 증가해 곰팡이가 인간의 체내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가뭄, 홍수, 폭염 등 기상이변도 곰팡이 포자를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다.
연구 저자 중 1명인 노먼 반 라인 맨체스터대학 기후변화·역학 연구원은 "앞으로 곰팡이 병원균이 세계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저스틴 레마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의 환경건강과학 교수는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균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감염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실제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전역에서 1억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2013년부터 2023년까지 2만건 이상의 아스페르길루스증 사례를 확인했다. 그는 사례 수가 매년 약 5%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마이스 교수는 "곰팡이 병원균이 증가하고 내성을 갖는 데 비해, 우리는 기후변화가 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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