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람 잡아먹는' 곰팡이 퍼진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6 17:24:00
  • -
  • +
  • 인쇄
▲폐에 침습한 아스페르길루스를 염색한 사진 (사진=위키백과)

매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곰팡이균이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기온이 오르면 균류의 일종인 누룩곰팡이속(아스페르길루스)이 북미,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지역으로 서식지를 확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누룩곰팡이속에 속하는 균은 전세계 토양에서 작은 실처럼 자라며 다른 균류와 마찬가지로 공기 중에 수많은 포자를 방출한다. 폐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 등이 이 포자를 흡입하면 폐에서 곰팡이균이 자라는 아스페르길루스증에 걸릴 수 있다. 인체 면역체계가 포자를 제거하지 못하면 곰팡이는 몸속에서 성장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사망률이 20%~40%로 매우 높다. 증상도 발열과 기침 등 여러 질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진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시판되는 항진균제는 4가지 계열뿐인 데 비해 진균성 병원균의 치료제 내성도 강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가령 열대기후를 선호하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는 지구온난화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확산 속도가 16% 증가해 북미, 중국 북부, 러시아 일부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은 인간에게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여러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 또 다양한 식량 작물을 감염시켜 식량 안보에도 잠재적 위협을 초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항진균제 내성 위험을 고려해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를 주요 곰팡이 병원균군에 추가했다.

온대기후를 선호하는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북쪽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확산 속도가 77.5% 증가해 유럽에서 900만명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포함한 일부 지역의 기온은 너무 높아져 누룩곰팡이균류가 더 이상 서식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곰팡이의 서식지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곰팡이의 온도 내성도 증가해 곰팡이가 인간의 체내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가뭄, 홍수, 폭염 등 기상이변도 곰팡이 포자를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다.

연구 저자 중 1명인 노먼 반 라인 맨체스터대학 기후변화·역학 연구원은 "앞으로 곰팡이 병원균이 세계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저스틴 레마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의 환경건강과학 교수는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균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감염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실제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전역에서 1억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2013년부터 2023년까지 2만건 이상의 아스페르길루스증 사례를 확인했다. 그는 사례 수가 매년 약 5%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마이스 교수는 "곰팡이 병원균이 증가하고 내성을 갖는 데 비해, 우리는 기후변화가 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하나금융, 금융권 최초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 발간

하나금융그룹은 지속가능성 의무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2024 지속가능성 KSSB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이번 보고서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기후/환경

+

올겨울 해수온 상승에 덜 춥다...때때로 '한파·폭설'

올겨울은 해수온 상승에 영향을 받아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추위가 덜하겠지만 때때로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올 수 있겠다.24일 기상청이 발표

지금도 난리인데...2100년 '극한호우' 41% 더 강력

탄소배출이 계속 늘어나면 2100년에 '극한호우'가 41%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미국 텍사스A&M대학교 핑 창 박사연구팀은 기존 기후모델보다 4

美 민간 기후데이터 시장 '세력확장'...정부 관련조직 축소탓

미국 정부가 기후관련 예산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민간 기후데이터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22일(현지시간) 글로벌 분

4만년 잠들었던 알래스카 미생물 '부활'…기후위기 '새 변수'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서 4만년간 잠들어있던 미생물이 온난화로 인해 되살아나면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22일(현지

[COP30] 화석연료에 산림벌채 종식 로드맵도 빠졌다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산림벌채 종식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24일부터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

24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증권사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직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