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다음은 '물 전쟁'?…미국과 멕시코 '강물 분배' 갈등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1 16:36:28
  • -
  • +
  • 인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있는 콜로라도강

관세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가 이번에는 물공급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 티후아나가 콜로라도 강물을 공급해달라는 특별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국무부 라틴아메리카 담당국은 20일(현지시간) 소셜서비스(SNS) 엑스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멕시코 측이 1944년 체결된 물 분배 조약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지역 강물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 논의해 1944년 관련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매년 서로 강물을 공급했다. 미국은 남서부에 있는 콜로라도 강물을 매년 약 18억5000만입방미터(㎥) 멕시코에 제공하고, 멕시코는 북부에 있는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에서 약 4억3000만㎥의 물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다만 브라보강은 계절에 따라 유량이 워낙 들죽날죽해서 5년치의 할당량을 약 21억6000만㎥으로 정하고, 5년 내 이 할당량을 채우도록 했다. 이렇게 양국이 공급하는 강물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식수를 비롯해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 있는 콜라라도 강과 리오그란데강

그런데 멕시코가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변수가 생겨버렸다. 지난해 멕시코는 1월 1일~6월 2일 강우량이 평균 60㎜에 그쳤다. 평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됐다. 게다가 평균온도가 평년보다 3℃가량 오르는 폭염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멕시코는 미국에 보내는 할당량을 제때 채우지 못하고 있다. 5년 단위 물공급 시한이 올해 10월인데, 이번에도 정해진 양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이 물 분배조약을 지키지 못하는 멕시코에게 콜로라도 강물 공급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멕시코가 미국에 강물을 제때 공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0년동안 멕시코는 기후변화와 농경지 확대 등으로 강우량은 줄어드는데 물사용은 늘면서 물부족에 시달렸다. 멕시코 정부는 물 공급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양해를 구해왔는데, 공급받는 물보다 공급하는 물이 더 많은 미국 입장에서는 멕시코의 공급 지연이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연방정부가 멕시코를 강해 강도높은 압박을 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텍사스 농부들은 멕시코의 조약 불이행으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도 일제히 멕시코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물 분배조약을 파기하거나 국경봉쇄같은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멕시코는 관세전쟁에 이어 물전쟁까지 벌이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