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아람코 등 전세계 화석연료 대기업 36곳이 생산하는 석탄과 석유·가스가 전세계 온실가스의 35%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법정에서 이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연구자 협의체인 '탄소메이저 데이터베이스'가 5일(현지시간) 발간한 '탄소메이저를 상대로 한 손실 및 손해배상 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와 엑슨모빌, 쉘 등 전세계 주요 화석연료 기업 36개사가 생산한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2023년 기준 200억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약 571억톤의 35%에 이르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2023년 169개 화석연료 기업들이 생산한 석탄과 석유·가스가 연소되면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계산해 순위를 매겼다. 그런데 조사대상 169개 기업 가운데 상위 36개 기업이 생산한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량이 약 200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36개 기업 가운데 25개 기업은 사우디의 아람코와 중국의 에너지, 러시아의 가즈프롬,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드녹 등 국영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국가의 정부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들 국영기업 가운데 10곳은 중국 기업이어서, 사실상 중국이 가장 큰 탄소배출국이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아람코로 인한 배출량이 18억3900만톤으로 가장 많았다. 인도석유공사가 15억4800만톤, 중국 에너지가 15억3300만톤, 이란 NIOC가 12억6200만톤, 중국 진능그룹이 12억2800만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민간기업에서는 미국의 엑손모빌이 5억6200만톤으로 가장 많이 배출했고, 미국 쉐브론(4억8700만톤)과 영국 쉘(4억1800만톤), 프랑스 토탈에너지(3억5900만톤), 영국 BP(3억4700만톤)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사우디의 아람코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과 미국, 인도 다음"이라며, 아람코가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탄소배출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엑슨모빌로 인한 배출량도 세계 9번째로 꼽히며, 이는 독일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할 당시 세계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대량 생산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지표면 온도를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이상 줄여야 한다. 하지만 조사대상 169개 기업 가운데 80%는 2023년까지 탄소배출량 감축에 실패하거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탄소메이저 데이터베이스는 이 보고서를 화석연료 기업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미국 뉴욕주와 버몬트주에서 통과된 법안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했고, 법률단체에서는 화석연료 경영진을 형사고발하는 근거자료로 인용했다.
보고서 저자 에멧 코네어는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소수의 화석연료 생산기업들은 배출량을 되레 늘리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기업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로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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