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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옹호자부터 빅 오일 기업가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내각은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인선으로 채워지고 있다. 향후 미국의 환경정책 방향성을 그려보기 위해 트럼프 2기 내각의 면면을 살펴봤다.
에너지장관으로 취임한 크리스 라이트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확고한 옹호자이자, 대표적인 기후위기 반대파로 트럼프의 선거 공약을 이행함과 동시에 전임자의 청정에너지 성과를 대부분 초기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는 2011년 석유업체 리버티 에너지를 설립했으며 지난 2월 초까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했다. 라이트는 화석연료 사용이 기온 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더러운 에너지나 깨끗한 에너지는 서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에너지원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3년에는 소셜서비스(SNS)에 기후위기의 존재나 에너지 전환의 한가운데 놓여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취임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선 기후변화를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기후위기 부정론을 철회하는가 싶었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또 그는 상원 의원들에게 "내 최우선 과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을 포함한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라며 "나와 트럼프는 '에너지에 대한 동일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상업용 핵 및 LNG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미국인의 에너지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전 행정부의 탈화석 및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 대해선 "에너지를 막대한 국가 자산이 아닌 부채로 간주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라이트는 장관 취임 후 첫번째 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미국 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취할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넷제로 정책은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비판하고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를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개발 역량은 재생에너지에서 화석연료와 첨단 원자력, 지열 발전에 우선순위가 옮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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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에 길을 뚫어주는 역할은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할 것으로 보인다. 젤딘 청장은 전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인증에 반대표를 던진 트럼프 지지자이자 충성파다. 앞서 2022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젤딘 청장은 하원의원으로 지내는 동안 주요 환경 법안의 14%만 지지했고, 최소 3700억달러 규모의 기후법안인 바이든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반대했으며, 깨끗한 물과 공기보호 및 EPA의 메탄 오염 보호 조치에도 반대했다. 또 2035년까지 뉴욕에서 내연차를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로 인해 2020년 환경단체 선정 뉴욕주 최악의 의원으로 지목된 적도 있다.
그는 EPA청장으로 지명된 당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 깨끗한 공기와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열망은 최우선 과제"라면서 "다만 각종 규제가 기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었기에, 기업들에 비용 절감과 해외 이전을 강요하는 규제를 철회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젤딘 청장도 라이트 장관과 마찬가지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기후변화가 현실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미국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EPA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는 EPA의 역할에 대해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가능한 가장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경제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소중한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또 보호해야 한다"고 모순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EPA는 화력발전소 탄소배출 규제, 차량 배기가스 규제, 유해 화학물질 규제, 독성 살충제 금지 등 주요 환경 규제를 관리하는 독립행정기관이다. 향후 젤딘 청장은 현재 발효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를 포함한 환경 정책들을 대거 철회하고 에너지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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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될 국유지를 관리하는 토지관리국(BLM) 국장에는 미국 서부지역의 석유·가스 업계를 대표하는 '서부에너지연합'(WEA)의 캐슬린 스감마 회장이 임명됐다.
BLM은 2억4730만 에이커에 달하는 연방소유의 국유지를 관리하고 정부 땅에서 진행되는 원유와 가스 시추, 광산 개발 등과 관련된 허가업무를 담당한다. 앞서 바이든 전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국공유지 내 신규 원유·가스 개발 및 시추를 엄격히 제한했는데 이같은 규제들이 차례로 풀릴 전망이다.
스감마는 SNS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면서 미국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의제의 핵심기관을 이끌게 돼 기대가 크다"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연방 토지에서 개발할 필요가 없기를 바랬지만, 우리에겐 너무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있다"면서 화석에너지 개발에 힘쓸 것을 예고했다.
이렇듯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각은 친환경 반대파들로 포진돼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폐지된 환경규제는 100여 개에 이르렀고, EPA 예산도 3분의 1로 삭감된 바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이를 넘어선 수준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반(反)환경 정책'이 우후죽순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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