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개폐되는 '슬라이딩 도어'가 끼임이나 충돌사고에 대비한 예방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10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이 많이 오가는 어린이도서관, 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슬라이딩 도어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과 경기지역에 있는 19개 다중이용시설의 슬라이딩 도어 30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한국산업표준(KS규격)의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6일 밝혔다.
슬라이딩 도어의 KS규격은 문 개폐시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문과 고정문 프레임 그리고 문과 바닥 사이에 안전치수(8mm 이하 또는 25mm 이상), 끼임 방지 보호구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조사한 어린이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돼 있는 슬라이딩 도어들은 모두 손·발끼임 방지를 위한 안전치수를 확보하지 않았거나 끼임방지 보호구를 설치하지 않아 끼임사고의 우려가 있었다.
조사대상 30개 가운데 24개는 움직이는 문과 고정문 프레임 사이의 간격이, 22개는 움직이는 문과 바닥 사이의 간격이 8mm보다 넓고 25mm보다 좁아서 손가락 등이 끼일 우려가 있었다. 29개는 문의 앞단 또는 문의 바닥에 끼임방지 보호구가 설치되지 않았다.
KS규격에서는 보행자가 움직이는 문과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문 열림 센서는 문의 열린 폭으로부터 수직거리 1000mm~1500mm 범위 내에서 보행자와 사물을 감지하고, 고정문 앞에는 높이 900mm 이상의 보호장벽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30개 중 16개는 KS규격 범위 내에서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했고, 29개는 충돌방지 보호장벽을 설치하지 않거나 낮게 설치했다.
KS규격은 임의규정으로 슬라이딩 도어 설치업자가 반드시 준수하여 시공할 의무는 없다. 반면 유럽연합은 슬라이딩 도어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기준을 제정해 2013년 4월 이후 신규로 설치되는 슬라이딩 도어는 해당 기준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슬라이딩 도어 관련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해당 사고가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슬라이딩 도어 관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 설치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에서 KS 규격에 미흡한 시설의 관리주체에 개선을 권고했고, 소관부처에는 슬라이딩 도어의 안전 설치기준 의무화를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슬라이딩 도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중에는 문에 가까이 서지 않고 △어린이가 문틀이나 문 사이에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넣지 않도록 지도하며 △자동문을 지날 때는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통과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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