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이 휴대용 보조배터리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기내 뒤쪽 선반 짐에서 시작됐다는 탑승객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증언에 기반해 기내로 반입돼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됐던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며 "'타닥타닥' 소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탑승객은 "연기가 났을 때 승무원이 '고객님 안에 뭐 넣으셨어요?'라고 물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연기가 확 퍼졌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승무원도 기내 수하물을 두는 오버헤드 빈(선반 보관함)에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화재 원인이 기내 반입한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등 기내 수하물로 판명되더라도 이를 가져온 승객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정급 경찰관은 "기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라면 모를까 관련 규정에 따라 기내에 반입한 보조배터리, 전자기기가 발화했다면 승객을 처벌할 조항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한 수사관도 "기내 전력 설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불이 났다면 항공사 측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지만 승객이 항공사와 공항 절차에 따라 들고 간 물품 문제라면 실정법상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보조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도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보조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났다. 당시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부에서 갑자기 연기가 발생했다. 연기는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 보조배터리에서 비롯됐다.
연기는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곧바로 진압했지만 보조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 1명은 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연기가 난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고, 에어부산은 전 승객을 하차시키고 대체편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보조배터리에 따른 항공기 화재 사고는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이 연기를 바로 꺼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고, 승객 273명을 태운 항공기는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터리가 터지면서 발생한 불은 좌석에 옮겨붙었고, 비행기 이륙은 지연됐다.
이은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이에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의 사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소량 운송이 허용된다. 먼저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장비(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인 경우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리튬메탈배터리와 달리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항공기 반입이 가능하다.
다만 보조배터리와 관련해선 리튬메탈배터리는 리튬 함량이 2g 이하,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이하인 경우에만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가 전자기기 장착이나 보조배터리 여부에 관계없이 스스로 부풀거나 폭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기내서 휴대하더라도 선반 등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경 부산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했다. 부산경찰청은 30일 김해공항에서 열리는 관계기관 정밀 감식 결과에 따라 이번 항공기 화재 수사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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