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자 환경운동가들이 유조선 돛대에 올라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30일 그린피스 국제본부 활동가들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를 싣는 유조선에 올라 돛대에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 문구가 담긴 배너를 설치했다.
영국, 독일,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그린피스의 주력선 '레인보우 워리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유조선 '부에나 알바'에 올라탔다. 길이 96m의 이 선박은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프로필렌을 적재할 예정이었다.
활동가들이 유조선 시위에 나선 이유는 현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에 참여중인 각국 대표들에게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서다.
시위에 참여한 영국 활동가 알렉스 윌슨(Alex Wilson)은 "부산에 있는 각국 대표단에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요구하는 시민들, 과학자, 감축에 동의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평화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INC-5는 지난 29일 오후 7시 전체회의를 열고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초안이 나오지 않아 회의가 취소됐다. 30일자로 협상 6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생산감축을 둘러싼 각국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윌슨 활동가는 "시민들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 순간에도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들은 회의장에서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플라스틱 생산감축'이라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본 취지를 축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지난 2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INC-5에 220명의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INC-4에도 유럽연합(EU) 대표단 규모보다 많은 196명의 로비스트를 파견했다. 생산감축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엑슨모빌(ExxonMobil), 다우(DOW) 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거대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과 산유국 등이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각국 대표단들은 특정 산업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닌, 우리 모두의 건강·지역사회·기후 그리고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플라스틱 생산규제가 제외된 협약은 실패한 조약이며, 이는 플라스틱 오염위기를 종식시키려는 모든 이들의 레드라인"이라고 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제5차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각국 대표는 최선을 다해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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