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감원하고...엔씨소프트 '몸집 줄이기' 나섰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21 18:03:19
  • -
  • +
  • 인쇄
계속된 실적악화에 사업 구조조정 단행
3개 게임과 AI 사업, 4개 자회사로 분리
▲엔씨소프트 본사 (사진=엔씨소프트)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엔씨소프트가 신규 IP 개척을 위해 본격적으로 몸집줄이기에 들어갔다. 신작과 인공지능(AI) 개발 조직을 자회사 4곳을 설립해 분사시키는 한편 희망퇴직도 진행한다.

엔씨소프트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물적 분할을 통해 게임 개발스튜디오 3곳과 AI기술 전문기업 1곳을 자회사로 분사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1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과 신설회사 설립을 확정할 계획이다. 신설회사들은 2025년 2월 1일부터 새로 출범하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출시한 '쓰론앤 리버티'(TL) 부문은 자회사 '스튜디오엑스(X)'로 분사되고, 개발중인 슈팅게임 'LLL' 부문은 스튜디오와이(Y), 전략게임 '택탄' 부문은 스튜디오지(Z)로 새출발한다. AI 연구개발 조직인 리서치본부는 AI 기술전문기업 엔씨에이아이(AI)로 분사한다.

게임별로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것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TL사업부문은 지난 1일 글로벌 론칭 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만큼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갖추며 글로벌 IP로 키워낼 계획이다. LLL과 택탄 사업부문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인 만큼 각 장르의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자회사가 4개나 신설됨에 따라 엔씨소프트 내부의 조직개편도 함께 진행된다. 엔씨소프트는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이 종료되거나 축소되면서 조직개편 대상이 된 직원들을 상대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말 박병무 공동대표를 영입한 이후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했고, 박 대표 취임 이후 4월부터 비개발·지원 부서 소속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해왔다.

엔씨소프트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거듭된 실적악화에서 기인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각각 30.8%, 75.4% 급감했고 올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수천억대를 자랑하던 영업이익은 88억원을 기록하며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실적부진의 주된 원인은 주력상품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 시리즈 3부작의 매출 감소와 후속작 흥행 실패가 꼽힌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연간 매출 67%를 차지하던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지난 2022년 대비 38%나 급감했다. 동종 게임이 다수 출시하면서 전체적인 매출이 줄어들자 엔씨소프트는 신규 IP 확보 및 다장르화를 목표로 여러 신작을 내세웠지만 흥행에 실패하거나 인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PC MMORPG TL은 국내 오픈 후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이탈하면서 매출 면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난 6월 선보인 난투형 대전 게임 '배틀크러쉬' PC 버전의 동시 접속자 수는 이달들어 50명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지난 8월 한국·일본·대만에 동시 출시한 MMORPG '호연'도 동시기 경쟁작 대비 부족한 게임성으로 질타를 받으며 빠르게 매출과 이용자 수가 하락했다.

그나마 이달초 TL 글로벌 버전이 출시되면서 동시 접속자 수 33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세를 보이고, 지난 16일 출시한 인기 IP '블레이드&소울'의 클래식 버전 '블레이드&소울 네오'(NEO)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TL 글로벌의 경우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와 수익을 나눠야 하고, 두 게임 모두 수익모델(BM) 자체가 약하게 설정돼 있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엔씨소프트의 이번 조직 개편은 운동선수가 경기에 임하기 직전에 몸을 가다듬는 것과 같다"며 "임원과 이사의 개입이 이어지던 기존 개발 환경에서 독립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개발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발중인 프로젝트들의 BM이 기존작에 비해 상당히 약한 편이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해도 극적인 실적 반등을 보이긴 어렵겠다"고 예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