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금치 한단이 8000원?...추석 앞두고 채소값에 '비명'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1 10:35:28
  • -
  • +
  • 인쇄
▲10일 서울시 수서동 한 대형마트에서 시금치가 한단이 7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newstree


'시금치 7980원'

지난 10일 오전 10시 서울 수서동에 있는 이마트 시금치 코너에 붙어있는 가격표는 놀랍다 못해 기절할 노릇이었다. 시금치뿐만이 아니었다. 15장 남짓한 적상추 한묶음은 39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질 배추는 1포기에 무려 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채소코너 점원은 "올들어 유독 폭염이 길어지다 보니 무름병이 돌거나 잎이 노랗게 변한 탓에 잎채소 가격이 2배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계산대에서 장바구니를 풀던 한 주부는 "올 추석 친척들과 김장을 담그려 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엄두를 못내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오전 11시 30분.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은 한산했다. 영업종료 30분전인데도 매대에 팔리지 못한 생선이 가득했다. 제사상에 올릴 수산물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여야 할 수산시장이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통로는 텅 비어있었다.

한 상인은 "일주일 전 유튜버들이 찾아와 수산물이 가장 저렴한 가게로 가격검증까지 하고 갔지만,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소비자들이 믿지 않는다"며 "건오징어는 10마리에 7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1만5000원 비싸졌고, 새우 등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탓에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가락시장 수산물코너 ⓒnewstree

 
추석을 앞두고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석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별반 소용이 없어 보인다. 폭우와 폭염 등 기상재해로 채소값이 너무 오른 탓이다. 

11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배추 1포기 1만4000원으로 전주보다 2000원이 올랐다. 제사상에 올리는 고사리는 1근에 6000원이고, 도라지는 5000원이다. 양송이와 표고버섯 400g에 6000원이다.

청오이 10개는 전주보다 5000원 오른 1만원이고, 백오이 5개가 6500원이다. 시금치 한단에 8000원, 열무 1단이 7000원이다. 풋고추 400g에 5000원이고, 쪽파와 미나리는 1kg에 2만2000원~2만3000원씩 한다. 상추는 400g에 8000원이고, 깻잎은 무려 1만원이다. 

채소가격이 과일가격보다 더 비싸다. 과일값은 지난해 추석에 비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비축물량을 대량 출하한데다, 햇과일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일값도 평상시보다 비싸다. 배와 사과가 1개에 5000원이다. 샤인머스캣은 전주보다 5000원 오른 2kg에 1만8000원이고, 포도 역시 5000원 올라 3kg에 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석 차례상 비용도 들쭉날쭉이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4인 가족 기준 이번 추석 차례상 비용을 지난해 추석보다 9.1% 늘어난 28만7100원이라고 분석했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추석보다 1.6% 늘어난 20만9494원으로 내다봤다. 하루가 다르게 채소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게 느껴진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상인들에게도 추석대목은 옛말이 됐다. 한 상인은 "9일부터 송파구청이 추석맞이 온누리상품권 행사를 통해 시중가 대비 10%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오를대로 오른 물가 탓에 예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3분의 1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