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하거나 소지했더라도 유포 목적이 없으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법을 해외처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14조 2항에 따라 '유포 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편집·합성한 경우'에만 딥페이크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지난 2019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불법 음란물이 대량 유포된 'N번방' 사건이 터진 후 만들어졌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유포' 목적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딥페이스 범죄 영상물을 제작·소지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유포 목적성 역시 공유한 이력이 없으면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국내에서 2020년 이후 딥페이크 성범죄로 기소된 71건 가운데 35건이 집행유예를 받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29일 현재 소셜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딥페이크 성범죄물 제작·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는 청소년들도 쉽게 가해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초보적 수준의 범죄인데도 현행법으로 이를 막고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딥페이크' 범죄를 매우 강력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면서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피해자가 딥페이크 제작자와 유포 및 소지한 사람까지 고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제작·유포·소지자에게 최대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텍사스주와 사우스다코타주 등은 2022년부터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는 사람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4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들면 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당사자 동의없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든 사람은 형사입건된다. 만약 영상물을 유포했다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유명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 두 곳은 영국에서 접속을 자진 차단하기도 했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지난해 11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 및 유포한 남성이 징역 7년 3개월과 약 1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더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11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당국은 그가 연예인과 일반인을 포함해 1200개 이상의 합성영상과 1600개의 이미지를 유포한 것을 확인하고 즉시 구속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합성 음란물 관련 사건은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관련 법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아 여러 면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의 사례처럼 음란물의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제작자나 소유자 등 '수요'에 초점을 맞춘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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