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2026년 2월까지 法개정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9 17:11:29
  • -
  • +
  • 인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본권 침해없다"
2031년~2049년 감축목표 없어 '기본권 침해' 해당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2031년 이후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29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020년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제기된 '시민기후소송', 2022년 제기된 '아기기후소송', 2023년 제기된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서 내린 판결이다.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는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한다'라고 돼 있다. 이 기본법에 발맞춰 시행령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3조1항)고 정했다.

8조 1항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설정돼 있을 뿐 그 이후에 어떻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에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의무도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에 포함된다"며 "감축목표 설정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또 감축이 실효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 등을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이라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소송처럼 권리의 침해가 아닌 보호를 다투는 사건에서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이 시기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부적으로 명시한 기후대책을 수립해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를 때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전제로 한 중간 목표"라며 "구체적 수치 설정에 개별적 감축 수단의 특성과 이들 사이의 조합 등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적정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