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2049년 감축목표 없어 '기본권 침해' 해당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2031년 이후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29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020년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제기된 '시민기후소송', 2022년 제기된 '아기기후소송', 2023년 제기된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서 내린 판결이다.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는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한다'라고 돼 있다. 이 기본법에 발맞춰 시행령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3조1항)고 정했다.
8조 1항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설정돼 있을 뿐 그 이후에 어떻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에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의무도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에 포함된다"며 "감축목표 설정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또 감축이 실효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 등을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이라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소송처럼 권리의 침해가 아닌 보호를 다투는 사건에서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이 시기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부적으로 명시한 기후대책을 수립해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를 때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전제로 한 중간 목표"라며 "구체적 수치 설정에 개별적 감축 수단의 특성과 이들 사이의 조합 등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적정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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