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온 넘은 바다...생태계 변화가 감지돼
국내 관측기록상 처음으로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어서는 해역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바다에서 관측되지 않았던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수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있고, 경북 포항 바다에서 흑범고래, 청새치 등 아열대성 해양생물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상어도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또 30℃가 넘으면 살아남기 힘든 양식어류들은 고수온에 집단폐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재해대응팀에 따르면 이달들어 보령 효자도 관측소에서 하루, 서산 창리 관측소에서 이틀간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어섰다. 수산재해대응팀 관계자는 "순간 온도가 30℃를 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는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수온 상승으로 가장 극성을 부린 것은 '해파리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면적당 0.3마리에 그쳤던 독성 해파리가 올해는 20~40마리로 늘어났다. 이 해파리들은 동중국해에서 발생해 해류를 따라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점령했다. 길이가 무려 2m에 달하고 근육마비나 호흡곤란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독성도 매우 강하다. 해수욕을 즐기러 갔다가 해파리에 기겁하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지 못한 채 돌아서는 피해객들이 수두룩했다.
해파리떼의 유입은 '해수면 온도상승'에서 기인한다. 올봄 동중국의 집중호우로 양쯔강 영양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파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개체수가 폭증했고, 해수면 온도상승으로 플랑크톤까지 증가해 해파리가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는 따뜻한 바닷물길을 따라 동해안까지 유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 바다의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포항 바다에 흑범고래 여러 마리가 다니는 모습이 어업 관계자들에게 목격됐다. 흑범고래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해양보호종이다. 또 8월초에는 아열대 해역에 사는 청새치와 만타가오리(쥐가오리)가 포항 바다에 나타났고, 고래상어도 목격됐다. 방어, 전갱이, 삼치 등 난류성 어종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 바다에 살던 어종들은 갈수록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바닷물 온도상승으로 양식어류가 잇달아 집단폐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30℃를 넘으면 13종의 양식어류 가운데 숭어를 제외한 12종의 어류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양식어류 대부분이 폐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8월들어 전국적으로 양식어류 폐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에 고수온 피해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 양식장 345곳에서 조피볼락(우럭), 볼락, 숭어, 말쥐치, 고등어, 넙치, 강도다리, 참돔, 농어 등 10개 어종이 집단 폐사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8일 하루에만 양식어류 21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27일 충남 천수만 해역에서는 우럭 354만마리가 폐사했다.
올여름 경남도에서만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류 누적 폐사량은 1776만1000마리에 달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피해금액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는 2847만마리로, 지난해 피해규모인 3178만마리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29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난해의 경우 태풍이 지나간 뒤 급격한 해수온도 변동폭이 양식어류 폐사규모를 키웠다면, 올해는 고수온이 장기간 이어진 것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만 존재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한반도 북서쪽에 티베트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해양의 열이 대기를 통해 빠져나갈 틈이 없어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계절이 바뀌면서 해수온도가 낮아지긴 하겠지만, 태풍 '산산'이 지나간 이후에도 티베트 고기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9월에도 고수온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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