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까지 올라간 한반도 바다...아열대와 난류 어종 '판친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9 13:06:41
  • -
  • +
  • 인쇄
충남 서산·보령 일평균 해수온도 30℃ 첫 관측
적정 수온 넘은 바다...생태계 변화가 감지돼
▲지난 12일 충남 태안군 양식어민이 죽은 우럭들이 담긴 통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관측기록상 처음으로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어서는 해역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바다에서 관측되지 않았던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수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있고, 경북 포항 바다에서 흑범고래, 청새치 등 아열대성 해양생물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상어도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또 30℃가 넘으면 살아남기 힘든 양식어류들은 고수온에 집단폐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재해대응팀에 따르면 이달들어 보령 효자도 관측소에서 하루, 서산 창리 관측소에서 이틀간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어섰다. 수산재해대응팀 관계자는 "순간 온도가 30℃를 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를 넘는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수온 상승으로 가장 극성을 부린 것은 '해파리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면적당 0.3마리에 그쳤던 독성 해파리가 올해는 20~40마리로 늘어났다. 이 해파리들은 동중국해에서 발생해 해류를 따라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점령했다. 길이가 무려 2m에 달하고 근육마비나 호흡곤란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독성도 매우 강하다. 해수욕을 즐기러 갔다가 해파리에 기겁하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지 못한 채 돌아서는 피해객들이 수두룩했다.

해파리떼의 유입은 '해수면 온도상승'에서 기인한다. 올봄 동중국의 집중호우로 양쯔강 영양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파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개체수가 폭증했고, 해수면 온도상승으로 플랑크톤까지 증가해 해파리가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는 따뜻한 바닷물길을 따라 동해안까지 유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 바다의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포항 바다에 흑범고래 여러 마리가 다니는 모습이 어업 관계자들에게 목격됐다. 흑범고래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해양보호종이다. 또 8월초에는 아열대 해역에 사는 청새치와 만타가오리(쥐가오리)가 포항 바다에 나타났고, 고래상어도 목격됐다. 방어, 전갱이, 삼치 등 난류성 어종도 증가하고 있다.

▲양식품종별 적정수온 및 한계수온 (자료=국립수산과학원)


반면 우리 바다에 살던 어종들은 갈수록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바닷물 온도상승으로 양식어류가 잇달아 집단폐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30℃를 넘으면 13종의 양식어류 가운데 숭어를 제외한 12종의 어류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양식어류 대부분이 폐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8월들어 전국적으로 양식어류 폐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에 고수온 피해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 양식장 345곳에서 조피볼락(우럭), 볼락, 숭어, 말쥐치, 고등어, 넙치, 강도다리, 참돔, 농어 등 10개 어종이 집단 폐사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8일 하루에만 양식어류 21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27일 충남 천수만 해역에서는 우럭 354만마리가 폐사했다.

올여름 경남도에서만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류 누적 폐사량은 1776만1000마리에 달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피해금액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는 2847만마리로, 지난해 피해규모인 3178만마리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29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난해의 경우 태풍이 지나간 뒤 급격한 해수온도 변동폭이 양식어류 폐사규모를 키웠다면, 올해는 고수온이 장기간 이어진 것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만 존재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한반도 북서쪽에 티베트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해양의 열이 대기를 통해 빠져나갈 틈이 없어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계절이 바뀌면서 해수온도가 낮아지긴 하겠지만, 태풍 '산산'이 지나간 이후에도 티베트 고기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9월에도 고수온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노총·민주당·쿠팡 '한자리'..."택배산업 발전 위해 소통" 다짐

택배산업 발전을 통해 노사가 윈윈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사성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위원장,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기후/환경

+

'양산' 쓰는 남자가 늘고 있다..."사막같은 햇빛 그늘막으로 제격"

여자들만 주로 사용하던 '양산'이 38℃를 넘나드는 폭염에 남자들도 여름 필수템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

AI로 탄소포집하는 콘크리트 찾아냈다

수백 년간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찾아냈다.23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비터비공과대

불볕더위 '아차'하면 온열질환에 쓰러져...폭염 안전수칙은?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 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

EU·중국 '기후리더십' 주도권 노리나?…'기후협력' 공동성명 채택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기술을 공동보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24일(

산불 1년만에 한달 두차례 홍수...美 뉴멕시코주 마을의 수난

미국 뉴멕시코주 루이도소 마을이 또 물에 잠겼다. 이달에만 벌써 두번째 홍수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루이도소 일

폭염에 차량 방치하면 실내온도 90℃까지...화재·폭발 막으려면?

차량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실내온도가 90℃까지 치솟으면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폭염시 차량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5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