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의해 빙하가 녹은 물로 바닷물이 증가하면서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져 '하루'가 한 세기당 1.33밀리초(ms) 비율로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1900년~2000년까지 100년동안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하루는 0.3~1.0ms씩 시간이 늘어났고, 2000년 이후부터는 하루가 한 세기당 1.33ms 비율로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ms는 1000분의 1초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이처럼 느려지는 이유는 빙하가 녹으면서 적도부근의 바닷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막대한 양의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빙하 융용수는 적도로 향하게 되고, 빙하의 압력이 약해진 자리에 대륙이 솟아오르면서 지구가 타원형에서 동그란 원형에 가까워지게 된다. 지구 형태가 원형에 가까워질수록 자전속도는 느려진다.
앞서 다른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빙하의 녹은 물로 인해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 3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지구 및 행성물리학 연구소의 덩컨 애그뉴 교수연구팀은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자전축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져 '윤초'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윤초'는 지구의 자전주기인 천문시와 세슘 동위원소 진동수를 기준으로 한 원자시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보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지구의 자전주기는 달의 위치에 따른 중력의 영향, 해류의 순환, 내핵의 이동 등에 의한 변수로 자전축이 흔들리면서 조금씩 느려진다. 1972년 도입된 윤초는 지금껏 27차례 적용됐다. 2년에 한번꼴로 더해지던 '윤초'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빨라지면서 2016년 이후 8년째 더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의 연구결과는 미국 UCSD 연구결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하루의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추정한 것이다. 연구진은 비록 1000분의 1초에 불과한 변화라고 해도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루가 늘어남에 따라 정확한 시간에 근거해 체결되는 금융거래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위성항법장치(GPS)와 같은 위성기술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변동되는 하루 시간에 맞춰 여러 프로그램을 재설정하거나 잠재적 오류를 우려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진은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온난화 현상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2100년부터는 하루의 시간이 2.6ms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베네딕트 소야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는 "과거 수십억년 동안 진행돼온 변화가 탄소배출로 인해 불과 100~200년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온도상승 등 지역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자전이라는 지구의 근본 기능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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