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난감 재활용하는 전세계 유일한 기업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한해 쏟아지는 폐장난감은 얼마나 될까? 1년에 약 10만톤에 이른다. 하지만 장난감 재활용률은 거의 0%에 가깝다. 대부분의 장난감은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있다보니 재활용이 까다로워 환경부에서도 거의 포기한 품목이다. 그런데 정부도 포기한 장난감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곳이 있다. 바로 용도폐기된 장난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코끼리공장'이다.
이채진(39) 코끼리공장 대표는 "사실 처음부터 장난감을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할 당시만 해도 장난감 재활용보다 '재사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버려진 장난감을 다시 고쳐서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시작했던 사업이 결국 이렇게까지 커졌다"며 머쓱하게 웃는 이채진 대표. 그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코끼리공장은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한 장난감 재활용 공장이 됐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도 코끼리공장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개발도상국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코끼리공장의 비즈니스모델이 최적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제NGO들도 잇따라 협업여지를 타진해오고 있어 이채진 대표는 본사가 있는 울산과 서울을 부지런히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불모지 장난감 재활용에 도전하다
이채진 대표가 어린이들이 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동가족학을 전공한 그는 어린이집 교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산하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센터에서는 5억원어치 장난감을 구매해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여한 장난감 가운데 버려지거나 고장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냥 폐기처분하는 것이 아까웠던 그는 '장난감수리단'이라는 수리봉사단을 꾸려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이 봉사활동이 코끼리공장을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당시 주변의 권유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는데 벌써 10년 넘게 이러고 있다"며 "장난감 수리에서 출발해 재활용과 나눔활동을 하다보니 이제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사업규모가 커져버렸다"며 말했다. 망할듯 하면서 여기까지 온 자신도 신기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현재 코끼리공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폐장난감은 하루에 약 2톤에 달한다. 약 300박스 분량이다. 코끼리공장은 쏟아져 들어오는 폐장난감을 장애인과 고령자, 취약계층 청년들을 고용해 수리·소독하고 있다. 이렇게 수리한 장난감들은 취약계층 어린이와 해외 난민들에게 모두 무상으로 기부한다. 단 1개도 팔지 않는다. 이렇게 재사용되는 비중이 하루 2톤 중 1.3톤꼴이다. 나머지 재사용이 안되는 0.7톤을 물리적 재활용하고 있다.
장난감은 'ABS' 재질이 70%를 차지한다. ABS는 주로 휴대폰 등 전자제품이나 차량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로, 견고하고 반질반질하다. 재사용하지 못하는 장난감을 분해해 ABS 소재를 색상별로 분류하고 작은 조각으로 분쇄한다. 잘게 부숴진 재생원료들은 장난감이 아닌 생활용품을 만드는 원료로 공급된다.
코끼리공장은 폐기물 공장 2곳, 지역 거점센터 10곳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장난감을 더 많이 효율적으로 수거하기 위해 여러 지방자치단체들과 거점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는 19개 거점을 만들고 있고, 인천에서는 50개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라며 "장난감 순환사업을 하기 위해 20억원을 들여 폐기물처리시설을 마련했고, 한달에 생산되는 약 30톤의 재생원료는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함께하는 자원순환
코끼리공장은 아이들에게 '자원순환 체험장' 역할도 톡톡히 한다. 울산과 부산, 인천, 안양 등 지역에 마련돼 있는 코끼리공장 키즈카페 형태의 체험장에 입장하려면 안쓰는 장난감을 꼭 가져가야 한다. 이 대표는 "부서진 것이든 부품 하나든, 한개를 가져오든 100개 가져오든 상관없다"면서 "아이들에게 기부를 체험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못쓴 장난감을 입장료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한 장난감 중에 수리 및 재활용이 안되는 것들은 원하는 아이들에 한해 자유롭게 분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장난감을 분해, 소위 부숴보는 일은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준다. 부순 장난감 부품을 나눠서 담고 나면 선생님이 '이렇게 섞여있어서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도 쉽게 알려준다. 그 이상 어려운 것은 아이들에게 굳이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키즈카페에 입장한 아이들은 기부 장난감 2000여점 가운데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 아이들에게 생애 첫 나눔과 자원순환의 개념을 쉽게 알려주며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려는 코끼리공장 공장장 이채진 대표의 철학이 읽힌다. 이 대표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소중한 장난감을 내어주고, 내어줬을 때 다른 장난감이 돌아오는 그런 순환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소재로 만든 블록을 이용해 동물, 연필꽂이, 키링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환경자원 및 장난감 순환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 쓴 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상영해주기도 한다.
100평에 달하는 체험장도 폐장난감으로 만들어졌다. 바닥재는 4톤가량의 장난감을 파쇄해서 만들었고 체험장 내부에 멸종위기 동물들을 표현한 4~5m 크기의 정크아트들도 배치했다. 현재 부산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체험장 2곳을 운영중이며, 내년 안에 19곳, 3년 안에 40곳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이름이 왜 하필 '코끼리공장'으로 지었냐는 기자 질문에 이채진 대표는 "귀엽잖아요"라며 "아이들이 코끼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를 설립하고 살이 30kg 쪘는데 이름 따라서 자꾸 코끼리가 돼 가는 것같다"며 "원래 몸 따라 이름을 지었으면 멸치공장으로 지었어야 했는데"라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는 말과 달리 회사이름에 상당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내며 "해외에서 영문으로 라이센스하겠다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한국어 '코끼리공장'을 그대로 붙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목표는 이 장난감들을 단일소재화해 '토이 투 토이'(Toy To Toy), 즉 장난감 순환경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조원 규모의 국내 장난감 시장에서 10%만 점유해도 약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코끼리공장은 시니어와 취약계층 등 사회적약자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장난감과 시니어는 멀쩡하지만 쓰임새를 다했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코끼리공장은 쓰임새를 다한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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