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교정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학생들은 수다 삼매경이다. 그러다가 몇몇 아이들이 벤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만져본다. 알고보니 이 벤치는 아이들이 직접 모아온 폐의류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는 4일 서울 신연중학교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미래세대의 관심과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아름다운 학교벤치' 설치식을 가졌다. 이날 설치식에는 아름다운가게 박진원 이사장, 신연중학교 정수 교장, 이범택 나눔문화국장과 환경교육센터 김룻 센터장 및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청소년 환경 교육을 직접 참관하고 설치된 학교 벤치도 확인했다.
'아름다운 학교벤치'는 중·고등학생들이 기부한 의류 가운데 재판매조차 할 수 없는 폐의류 원단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벤치다. 오염과 손상으로 재판매가 어려운 폐의류 130여벌을 가공해 섬유패널을 만들고, 이 섬유패널로 벤치를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벤치 1개당 폐의류 130여벌이 사용됐으니 폐의류 소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19.05㎏가 저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연중학교에 기증된 '아름다운 학교벤치'는 모두 4개. 폐의류 520벌이 소각되지 않고 벤치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날 신연중학교에서는 벤치를 설치한 것뿐만 아니라 의류폐기물과 관련된 환경교육도 진행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아왔던 폐의류가 벤치로 재탄생해서 사용되는 것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만 배웠던 '자원순환'을 몸소 체험하고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참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류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 및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실천방법' 등을 주제로 맞춤형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교육을 통해 의류폐기물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직접 모색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환경교육을 받은 많은 학생들은 집에서 폐의류를 모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도 한다.
박진원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은 설치식에서 "의류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름다운 학교벤치 프로젝트가 학생들이 직접 물품을 기부하고 환경에 대해 공부하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능동적인 환경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신연중학교에 이어 올 상반기 내에 연희중학교, 서울여자중학교, 동대부설여자중학교, 경일중학교 등 서울 관내 5개 중학교에 '아름다운 학교벤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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