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비중 그대로, 원전은 신규건설
정부가 오는 2038년까지 '무탄소 전기' 비중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태양광·풍력을 2030년까지 3배 확충하는 것 외에 신규 원전을 최대 3기까지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이 계획에는 2035년부터 발전설비 중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90여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11차 전기본 실무안(2024∼2038년 적용)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적용될 전기본을 수립한다.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설비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2038년 '무탄소 전기' 70%까지···원전과 LNG 확충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기가와트(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본 총괄위는 적정 예비율인 22%를 적용, 2038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발전 설비 용량을 157.8GW로 산출했다.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8년까지 설치가 확정된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47.2GW로 추산됐다. 이 계획대로 하면 2038년까지 10.6GW가 부족하게 된다. 이에 실무위는 2030년까지 65.8GW로 제시된 태양광·풍력 설비보급 목표를 72GW로 높여잡았다. 또 10차 전기본은 2036년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99.8GW로 제시했지만, 11차 실무안은 2038년 목표를 115.5GW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은 23GW다. 적어도 중간 시점인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3배 이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는 게 실무위의 진단이다. 1GW는 일반적인 원전 1기의 설비용량 수준이다.
실무안에는 2015년 이후 9년만에 원전 건설계획도 들어가 있다. 현재 원전은 26기가 운영중이며, 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건설까지 완료되면 2038년에는 총 30기가 가동된다. 여기에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10.6GW 가운데 4.4GW를 원전을 새로 건설해 충당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전문가들 판단으로 가장 경제적인 무탄소 전원인 대형 원전을 2037∼2038년에 넣을 것을 (전기본 총괄위가) 권고한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가능한 신규 원전이 3기까지라는 것이고, 부지를 몇 군데 확보하느냐에 따라 건설 기수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차 실무안에는 2037∼2038년에 설계수명이 30년에 이르는 노후 석탄발전소 12기를 양수·수소발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2038까지 부족한 전기 가운데 2.5GW는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LNG 열병합 발전사업자는 입찰로 선정하고, 우선 올해 2032년 가동될 1.1GW 물량의 시범 입찰을 진행한다. 1.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2033∼2034년도는 수소 혼소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LNG 열병합 발전기나 100% 수소 이용 등 무탄소 발전설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하되, 최종 결정은 다음 전기본에서 정하도록 했다.
2.2GW의 신규 발전 설비가 들어갈 2035∼2036년에는 '차세대 미니 원전'인 SMR에 0.7GW 물량을 배정했다. 현재 정부의 지원 아래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해 혁신형 국산 SMR인 'i-SMR'이 개발되고 있다. 마지막 2년인 2037∼2038년에는 4.4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본 총괄위는 에너지 구성비와 경제성 등을 고려해 일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31.8%, 21.6%를 기록하고, 2038년 35.6%, 32.9%로 높아진다. 또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도 2030년 2.4%에서 2038년 5.5%로 확대된다.
전기본 총괄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향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기후·환경단체들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아니다"
하지만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21.6% 그대로인 것에 대해 "한국은 2030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유사한 멕시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3%로 높이기로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72GW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연구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에 110~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라면서 "2030년 72GW는 그 어떤 연구기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부합하지 않는 적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후솔루션은 "LNG에 수소 등을 섞어 발전하는 방식은 화석발전 생명유지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고 고착시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어렵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도 이날 "상용화되지 않은 수소 혼소발전을 전력수요 대응 방안으로 내세우며 조건부 LNG 발전소 건설을 제시하는 것은 발전사업자에게 LNG 발전을 늘리라고 명분을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계획에 대해 "국제기구들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 핵심수단으로 본다"라면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와 묶일 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고 위험한 발전원'으로 화석연료 발전과 묶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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