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아니네"...원전폐기물 놓고 스페인 정부와 기업 '소송전'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8 14:52:30
  • -
  • +
  • 인쇄

스페인 정부가 원전폐기물 관리비 상승을 이유로 기업부담금을 30%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관련기업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유럽 언론 에너지뉴스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원자력 로비단체 포로 누클레아(Foro Nuclear)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에너지 대기업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와 엔데사(Endesa) 등도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올 6월 원전폐기물 처리에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메가와트시(MWh)당 7.98유로에서 10.36유로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스페인 원전업계 폐기물 처리비용은 연간 약 6653억원에 이른다. 스페인 정부의 인상안이 적용되면 이 비용은 연간 8575억원으로 30%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에 포로 누클레아는 강력 반발하면서 지난 4일 소송을 제기했다.

스페인 정부가 원전기업들의 폐기물 관리비용 부담금을 인상하려는 것은 '탈원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제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전력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원전을 오는 2027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완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원전폐기물 처리비용이다. 원전해체 과정에서는 원자로 부품과 핵연료, 장비 및 건축자재 등 방대한 양의 원전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를 처리하려면 대규모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다. 스페인 정부는 원전해체를 하려면 약 29조8665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이 비용을 오염배출원인 발전사업자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장기적으로 탈원전은 새로운 시장을 열 기회"라며 "선제적인 원전해체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포로 누클레아를 비롯한 원전업계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부담금 인상이 결국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원전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전세계적인 과제다. 프랑스 정부는 동북부 지역에 깊이 500m, 면적 15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방폐장을 2035년 준공 목표로 건설하겠다고 지난 1991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아직 원자력규제기관(ASN)의 승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수도에서 약 250㎞ 떨어진 해안에 방폐장을 건설하고 있고, 방폐장 건설과 원전폐기물 매립에 약 7조3911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방폐장을 건설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전을 25기나 운영하면서 아직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설치할 부지조차 물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원전에서 발생한 핵연료 1만8900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원전의 습식시설에 임시저장돼 있고, 2030년이면 주요원전 저장시설이 포화되면서 가동이 중단될 우려도 있다. 원전폐기물을 둘러싼 스페인 정부와 기업의 갈등이 우리나라도 닥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