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접고 자른다…생분해 가능한 의료용 '전기자극물질' 개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9 12:15:55
  • -
  • +
  • 인쇄
▲유니스트가 개발한 종이형 무선 전기자극 기기(사진=UNIST)

국내 연구진이 종이처럼 접고 자를 수 있는 의료용 '무선 전기자극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김지윤, 차채녕, 송명훈 교수연구팀은 종이처럼 유연하고 생분해까지 가능한 '종이형 전기자극 물질'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나노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자르거나 접어도 기능을 잃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신체 삽입형 전기자극 기기는 전기적 자극을 통해 신경세포 활동과 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신경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유용하다. 하지만 기존 기기들은 복잡하게 연결된 단단한 전자부품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를 실시간 변경하기 어려웠다. 부드러운 신체 조직과의 이물 반응도 유발해 치료 후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연구팀은 기능성 나노 재료를 실시간 다양한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종이형 무선 전기자극 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전기자극을 생성할 수 있는 '자기전기 나노입자'(Magnetoelectric Nanoparticle)를 합성했다.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진 코어와 쉘이 맞붙은 형태로 합성된 '코어-쉘' 형태의 나노결정이다.

합성된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변형을 일으키는 자왜 코어와 이 변형을 전기자극으로 변환하는 압전 쉘로 이뤄진다. 이 특성을 활용하면 외부 자기장에 노출되기만 해도 배터리없이 무선으로 신체 내부에 전기자극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입자를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나노섬유 내부에 결합했다. 종이 형태의 생분해 가능한 다공성 무선 전기자극 재료를 만든 것이다. 제작된 물질은 종이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다. 뇌 모형과 같은 울퉁불퉁하게 굴곡진 표면을 따라 밀접하게 부착할 수 있다. 필요한 모양에 따라 잘라서 사용하더라도 기능을 잃지 않는다.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무선 전기자극 효과와 신경세포 활동 촉진 효과를 동시에 검증했다. 

최준규 박사후연구원은 "개발된 무선 전기자극 재료를 통해 각 개인의 필요와 신체 특성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전기자극 기반의 의료 응용 분야에서 치료과정을 단순화하고 더 높은 유연성과 범용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기 위한 원통 모양의 신경 유도 도관을 400마이크로미터(㎛) 반지름으로 제작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가공성도 보였다. 재생이 필요한 세포의 방향에 따라 맞춤형 제작해 근처에 위치한 뉴런 세포의 재생 방향을 제어해 상황에 따라 더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생분해 속도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자극이 필요한 기간에 맞게 특성을 설정하고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생분해되는 것이다.

김지윤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개발된 재료는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며 장기크기인 수십 센티미터 단위부터 신경세포의 크기인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자유롭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의료분야에서 신속한 프로토타입 제작과 더불어 효과적인 맞춤형 전기자극 치료 솔루션의 개발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벤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5월 2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광복적금부터 기부까지...은행들 독립유공자 후손돕기 나섰다

최고금리 8.15%에 가입만 해도 독립유공자 단체에 815원 기부되는 등 시중은행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지원에 나서고 있다.8일 KB국민·신

SK이노·카카오·빙그레...광복 80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에 '한뜻'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독립유공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정부, 사망자 1명만 나와도 공공입찰 제한 추진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

[최남수의 ESG풍향계] 삼성전자vsTSMC...ESG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기후/환경

+

日 규슈 400mm '물폭탄'…잠기고 무너지고 '아비규환'

11일 일본 규슈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침수와 산사태, 하천 범람 피해가 잇따르며 사망·실종자가 속출했다. 일본기상청은 구마모토현 다

캐나다 1주일째 '활활'...720건 넘는 산불에 '속수무책'

캐나다가 1주일째 대형산불로 신음하고 있다.10일(현지시간)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725건의 산불이 진행중이다. 연방 정부는 군과

튀르키예 규모 6.1 지진...200km 떨어진 이스탄불도 '흔들'

튀르키예 서부 발르케시르 부근에서 10일 오후 7시 53분쯤(현지시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이날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지진의

"韓 10대 기업 폭염 책임액 161조원...발전5사가 58% 비중"

지난 13년간 전세계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서 국내 10대 기업들이 차지하는 책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6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61조원 가운데

하늘의 공포 '난기류'...가장 심한 항공 노선은 어디?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더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에서 난기류가 가장 심한 항공노선은 193km 거리의 아르헨티나 멘도사-칠레 산티아고 노선인 것으

EU, 해외 탄소크레딧 구매로 탄소감축?..."탄소투자 위축" 비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