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일상화, 남북종단 태풍"...한반도 '이상기후' 이미 시작됐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29 13: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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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평균기온 13.7℃ 역대 최고
개화시기 꼬이고 바다 양식장까지 봉변
▲2023년 월 극값 기준 우리나라 이상기후 발생 분포도 (자료=기상청)

지난해 폭염으로 온열질환자 수가 2배가량 늘고, 개화시기가 반세기 전에 비해 2주가량 빨라지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29일 기상청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상고온 △가뭄 △집중호우 △매우 큰 기온 변동 폭 등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업, 해양수산, 산림, 환경, 건강, 국토교통, 산업·에너지, 재난안전 등 사회 전반에 피해를 끼쳤다.

지난해 '이상고온'이 발생한 날은 57.8일에 달했다. 예년과의 차이가 상위 10%에 들 정도로 큰 경우가 두달가량 지속됐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연평균 기온도 13.7℃로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3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9.4℃로 예년(6.1 ℃)보다 3.3℃ 높았고, 9월 역시 22.6℃로 모두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는 88년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초가을 늦더위도 나타났다.

기온이 높아지자 우리나라 최초로 식물계절 관측을 시행한 홍릉시험림 내 식물 66종의 평균 개화시기는 50년전(1968~1975년)보다 2주, 2017년과 비교해서 8일이나 앞당겨졌다. 반대로 겨울철 기온도 높아 제주와 대구에서는 10월들어 벚꽃이 피는 일이 벌어졌다.

이상고온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전년 1564명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2011~2023년 감시체계 운영기간에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의 평균인 1625명 대비 73.4% 증가한 수치다.

폭염은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벌어졌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온도는 17.5 ℃로 최근 10년 사이 2021년(17.7 ℃)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특히 여름철 연안 고수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지속되면서 서해 연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역에서 약 438억원의 피해액에 달하는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육지와 이를 둘러싼 바다까지 전국이 펄펄 끓으면서 극심한 가뭄도 찾아왔다. 남부지방의 기상가뭄은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오래 가뭄이 지속됐던 2022년(227.3일/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81.3일)부터 2023년 봄철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산불도 강도와 빈도를 높여가는 추세다. 지난해 산불은 10년 평균(537건)보다 11% 많은 596건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피해 면적은 10년 평균(3559ha)보다 40% 넓은 4992ha에 달했다. 게다가 하루에 산불이 10건 이상 발생한 '산불 다발일'은 17일로 10년 평균(8.2일)의 2배를 넘어섰다.

극심한 가뭄 끝에 폭우가 쏟아져내리면서 홍수 피해도 발생했다. 남부지방의 경우 가뭄이 해소된 지난해 4월 직후인 5월의 강수량은 191.3 mm로, 예년(79.3~125.5 mm)보다 많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장마철 강수량은 전국 660.2㎜로 평년(356.7㎜) 대비 월등히 늘어 1973년 이래 3위를 기록했다.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17.3일) 대비 28% 증가했다.

장마에 더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종단한 태풍 '카눈'이 훑고 지나가면서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53명, 재산피해는 8071억원이 발생했다. 남부지방의 경우 5월까지는 주요 댐 저수율이 예년의 54~71% 수준에 그치다가 이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여름에는 댐에서 물이 넘치는 '월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단순히 기온만 오를 뿐 아니라 기온변동폭도 극한으로 벌어지고 있다. 11월과 12월은 각각 상순에 기온이 크게 올랐으나, 중순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져 기온 변동이 큰 상황이 반복됐다. 11월 전국 일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과 가장 낮았던 날의 기온 차는 19.8℃(5일/18.6℃, 30일/-1.2℃)로 나타났고, 12월의 기온 차도 20.6℃(9일/12.4℃, 22일/-8.2℃)로 모두 1973년 이래 가장 컸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023년은 남부지방에 이어졌던 긴 가뭄이 끝나자마자 발생한 집중호우, 큰 기온변동폭 등 다양한 극한기후와 그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던 해였다"며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의 총괄·지원 기관으로서, 신뢰도 있는 기후변화 감시 및 기후 예측, 기후변화 시나리오 제공 등 과학에 근거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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